조선시대 최첨단 천체 관측기기 '남병철 혼천의' 170여년만에 복원

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전통 혼천의 중에서 실제로 천체 관측이 가능하도록 재극권을 탑재한 세계 유일의 과학기기 남병철의 혼천의가 170여년 만에 되살아났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조선 후기 천문유산인 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 제작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 등 여러 천체 움직임을 재현하고 그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로 현대천문학으로 넘어오기 이전까지 표준이 된 천체 관측기구다.

남병철 혼천의는 개별 기능으로만 활용되던 기존 혼천의를 보완하고, 관측에 편리하도록 개량한 천문기기로 천문학자 남병철이 집필한 '의기집설(儀器輯說)' 혼천의 편에 기록이 남아 있다.

기존 혼천의는 북극 고도를 관측지에 맞게 한번 설치하면 더는 변경할 수 없지만, 남병철 혼천의는 장소를 옮겨가며 천체를 관측할 수 있도록 관측의 기준이 되는 북극 고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또 필요에 따라 사유권(천체 위치를 측정하기 위한 환)의 축을 선택할 수 있어 고도, 방위 측정을 비롯해 황경과 황위, 적경과 적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안쪽 고리의 회전축을 두 번째 안쪽 고리에 있는 3종류의 축인 적극축, 황극축, 천정축을 연결해 상황에 맞는 천체 관측이 가능하도록 기존 세 종류의 혼천의를 하나로 합쳤다.

이를 통해 축을 적극축에 연결하면 지구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천체의 위치를 표현해 적경과 적위를 측정하며, 황극축에 고정하면 태양의 운동을 기준 삼아 사용되는 황도좌표계의 황경과 황위를 측정할 수 있다. 천정축 연결을 통해선 고도와 방위 측정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김상혁 천문연 책임연구원이 20년 전에 시작했으며, 2022년부터 연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복원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의기집설 내용을 다시 번역해 기초 설계를 진행했으며, 충북프로메이커센터 및 전문 제작 기관과 협업해 남병철 혼천의 모델 재현에 성공했다.

김상혁 책임연구원은 “과거 천문기기를 복원함으로써 당시의 천문관측 수준을 이해하며 천문 기록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우리 선조의 우수한 과학 문화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