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세계적인 오일 쇼크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초래하며, 사회적 취약 계층에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겼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 가정은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했다.
이로 인해 난방과 냉방에 대한 비용이 소득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이는 결국 생활에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1976년에 웨더라이제이션 지원 프로그램(WAPㆍ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 주된 목적은 저소득 가정 주택을 에너지 효율적으로 개선해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집을 따뜻하게 유지하거나 시원하게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주택 단열 개선, 창문 및 문의 틈막이, 오래되고 비효율적인 냉난방 시스템 교체 등 다양한 개선 작업을 지원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 인식 하에 에너지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2005년에 발생한 단전 가구 여중생 촛불 화재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고, 이를 계기로 에너지 복지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6년 한국에너지재단이 설립됐고, 이듬해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이 실시됐다. 이후 정부는 2014년,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에너지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도입했다.
이 사업은 지원금을 통해 에너지 취약 계층이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의 연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런 단기 지원책으로는 장기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에너지재단은 국내 최고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WAP과 유사한 방식으로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했다.
에너지연은 주택에너지 관련 전문가 양성, 국내 유일 주택효율 진단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에너지 취약 계층의 장기적인 에너지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최근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해 소득 대비 연료비 지출 폭이 커지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2022년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안)'에서 에너지 복지 및 정책 수용성 강화를 포함한 5대 에너지 정책 안건으로 저소득층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 중요성을 언급하며 정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에너지연, 에너지재단과 함께 2023년부터 원전 주변지역 에너지 취약계층 총 264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가구당 평균 700만원 지원금액을 통해 주로 외피 단열시공, 창호 교체, 보일러 교체, 바닥 공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연 주택에너지 진단 플랫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약 65% 에너지 성능 개선과 약 30% 이상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취약 계층 대부분이 세입자인 경우가 많아, 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도 있어 지속적인 사업의 보강과 고도화가 필요하다.
이에 한수원을 비롯한 관련 기관은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지원 효과를 높이는 한편,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저탄소 자재 사용과 환경 성적 표지 인증 제품 등을 통한 탄소 저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냉난방, 온수, 취사에 사용되는 도시가스 등을 전기로 대체하는 전전화(全電化) 등 신기술 적용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취약 계층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 제정과 함께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지원이 필요하다. 에너지 빈곤을 줄이고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돼야 한다.
류승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ICT연구단 책임연구원 shyoo@kier.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