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본사에서 회의를 마친 직장인 김미영(가명·38)씨는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교통편을 찾기 위해 황급히 앱을 열었다. 지하철이나 택시로 이동하기엔 시간이 빠듯해서다. 앱을 켜서 빠른 길을 추천 받은 김 씨는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여의도공원 버티포트에 도착했다. 이미 앱으로 탑승 예약을 끝내 대기시간에 맞춰 타기만 하면 된다. 버티포트 입구에 들어서면서 탑승 대기실로 향하는 길목에 워킹스루 보안검색이 이뤄진다. 수하물을 꺼내거나 일일이 보안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버티포트를 탑승하자 20분 여분만에 공항에 도착했고 김 씨는 제 시간에 비행기를 탈수 있었다.
도심항공교통(UAM)이 내년 하반기부터 상용화된다. 당장 다음 달부터 한강~탄천을 시작으로 아라뱃길 상공에서 UAM 비행 실증을 볼 수 있다. 오는 2026년부터는 전국으로 UAM 서비스가 확대된다.
UAM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산업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국가에서도 전략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미개척지인 UAM 산업에서 관련 법, 이용·관리·운영체계, 통신 인프라 등 분야에서 현재 선도 국가로 각국과 경쟁하고 있다.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UAM 그랜드챌린지 운용국장은 “도심항공교통은 자율차, 드론, 배터리 개발 등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시점에 왔다고 본다”며 “국토부 추산 2040년까지 약 731조원 규모의 UAM 관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UAM 개막을 앞두고 지난 달 28일 찾은 전남 고흥 UAM 실증단지에서는 UAM 1단계 실증이 한창이었다. 실증단지에서는 한국형 운항기준 마련을 위해 K-UAM 그랜드 챌린지를 실시하고 기체 인증 기준이나 제반, 운용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UAM은 기존 항공 교통과 달라 전 세계적으로 통용 가능한 운용 개념이나 기준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실증을 통해 관련 기준이나 초기 상용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실증은 고흥 드론특별자유화 구역 및 국가 종합비행성능시험장(UAM 실증단지)에서 이뤄진다. 드론법에 따른 규제 특례를 적용받아 무인 비행장치 및 무인항공기에 대한 특별 감항증명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실증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실증단지 내에는 국내 최초 지상형 버티포트와 통합감시·소음측정 장비, 안전운항·교통관리 시스템, 통신망이 구축됐다. 기체 안전성에 대한 실증과 함께 항로이탈 모니터링, 감시정보 획득·활용 기술 개발 등 R&D와 연계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5G 통신망을 활용한 교통관리 체계를 구현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국장은 “고도 600m 상에서는 기존 모바일 통신망으로는 관제가 되지 않는다”며 “5G로 적용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지상에서는 안테나를 틸팅(위로 세우는)하는 방식과 위성으로 보조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OPPAV 기체로 'K-UAM 원 팀'의 소음측정 실증을 참관할 수 있었다. K-UAM 원 팀은 현대자동차와 KT,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이 참여한 컨소시움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에서 비행이었지만 실증 시험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활주로 없이 상공으로 수직 상승한 기체가 경사각을 유지하며 날아오르는 모습은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실증단지에서는 다양한 시험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이뤄진 소음 측정 시험은 지상에 마이크로폰 80대를 배치해 이착륙시 소음과 비행 중 소음을 측정했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소음측정시스템은 3차원 공간 마이크로폰 배열 시스템을 이용한 소음 측정으로 역-전파 모델을 적용해 시간 영역을 기반으로 소음 반구를 만들어 소음원을 모델링하는 방식”이라며 “ 도심환경소음 예측을 위한 기체별 소음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체가 머리 위를 지날 때 소음은 크지 않았지만 이륙 시 소음은 1km정도 거리에서도 엔진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OPAAV 소음 수준은 130m 상공에서 160km/h 속도로 운항할 때 기준으로 61.5dBA 정도”라고 설명했다. 통상 헬기 소음이 80~85dBA 정도이며 일반 도시 소음이 65dBA 정도다.
OPPAV 기체는 이날 무인으로 비행했다. 조종사가 탑승한 비행 시험은 오는 8월부터 시작한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OPPAV 기체는 총 중량 650kg, 1인승급이다. 기술 시연을 위해 만들어진 기체로 향후 상용화를 위한 6인승급 기체 개발에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시험 비행이 끝나고 이튿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각 컨소시엄 비전 발표와 소개가 이어졌다. SK텔레콤·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가 주도하는 'K-UAM 드림팀' 컨소시엄은 미국 조비에어 기체를 단독 활용하고 있다. 김정일 SK텔레콤 부사장은 “SK텔레콤은 AI 기술 기반 차별화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갖고 있으며 한국공항공사와 한화시스템스는 각각 공항 구축 운영과 기체·방산에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분야별 최고의 영역을 가진 회사가 모인 컨소시엄”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와 KT 등이 꾸린 'K-UAM 원 팀'은 현대차가 기체 운항을 맡고 KT가 관제 시스템을 맡는다. 현대차가 개발 중인 여객용 기체는 2028년 상용화 예정이라 실증 단계에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OPPAV를 활용하고 있다. 김철웅 현대차 상무는 “기체나 교통관리에서도 안전이 가장 중요한 화두”라며 “고객들이 타고 싶은 마음이 들수 있도록 하는 것이 컨소시엄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LG유플러스·GS건설이 주도하는 'UAM퓨처팀'은 영국의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 기체를 활용해 승객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특화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정덕우 카카오모빌리티 이사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통합 MAAS 사업지로 매끄러운 여정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LG유플러스, GS건설과 함께 각 영역에서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롯데 컨소시엄은 롯데렌탈과 롯데정보통신이 버티포트, 교통 관리를 담당하고 켄코아 KV-3 기체를 활용해 실증에 참여한다. 정경운 롯데지주 상무는 “기술의 발전이 보다 편리하고 즐거운 일상 생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며 “고객 관점에서 안전성과 편의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최상의 UAM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티와 티웨이 항공가 주도로 총 11개 중소기업이 참여한 UAMitra 컨소시엄은 미들마일 화물 운송을 특화사업으로 한다. 중국 오토플라이트 사가 만든 'Prosperity I' 기체로 실증에 참여하고 있다. 김동우 버티 팀장은 “미들마일 공간에서 UAM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UAM 시장이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화물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