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이하 전기연)이 수입에 의존해 온 전자빔 용접기 핵심 부품 '전자총'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국산화 주역은 한성태 전기연 전기응용연구본부 연구팀이다.
한성태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전자총은 출력 60㎾에 가속전압 12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꺼운 대형 소재나 부품 가공에 대부분 활용할 수 있다. 전자빔 용접기 '구동전원 시스템'도 자체 개발해 전자빔 용접 국산화 시대를 열었다. 기술 관련 해외 논문 게재에 이어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전자빔 용접기는 전자의 운동 에너지로 소재를 접합하는 용접기다. '전자총'은 전자빔 용접기의 심장으로 불린다. 전자총의 가속 기능은 전자빔 용접기 성능을 좌우한다. 전자총으로 가속한 전자빔이 용접물과 충돌하면서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고 이때 생긴 고열로 소재를 접합하는 원리다.
전자빔 용접기는 기존 아크 용접으로는 어려웠던 두꺼운 소재를 무결함으로 접합할 수 있다. 첨단기기 제작은 물론 우주항공, 방산, 원자력 등 특수 목적으로 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2021년 발사한 누리호 발사체의 연소기도 특수강 소재와 부품 접합에 전자빔 용접기를 활용했다.
하지만 국내 전자빔 용접기의 전자총은 99% 독일과 일본 등에서 수입해왔다.
전기연은 이번 전자총 국산화가 미래 선도 12대 국가전략기술과 관련 산업 발전, 장비 수입대체, 기술유출 방지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고성능 전자빔 용접기로만 가능한 맞춤형 첨단 원천 장비를 국내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전기연은 후속 연구를 통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적용할 수 있는 초대형(176㎸ 이상) 대전류(500㎃ 이상) 전자총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고강도 금속 구조물 접합, 3D프린팅 연계 등 다양한 분야에 전자빔 용접 응용을 위해 금속용융, 소재경화, 표면처리, 코팅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어기술도 확보한다는 목표다.
한성태 연구원은 “20년 이상 축적해 온 고전압 기술을 토대로 전계·자계 구조 최적화, 전압 불균형 최소화 등을 구현해 전자총 국산화 결실을 맺었다”며 “이제 우리나라는 해외 의존 없이 전자빔 용접을 할 수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