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보험사 유동성 실태…손보업계 '현금 부족'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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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 유동성이 적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보험사 유동성 실태가 1년 넘게 가려져 있어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보사 평균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은 96.4%를 기록 100%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평균은 113.0%다.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은 지난해부터 보험사에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춰 신설된 유동성 평가지표다.

은행에서 활용하고 있는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과 유사한 개념으로 보험사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적성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국제보험감독기관협회(IAIS)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이 100%를 밑돌았다는 건, 금융위기나 급격한 금리변동 등으로 보험계약에 대량해지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온전히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재 소비자나 투자자가 보험사 유동성 실태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은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되는 지표로 공시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공시 대상인 유동성비율은 지난 2022년 말 금융당국의 한시적 유동성 규제완화 이후 지나치게 부풀려져 사실상 의미없는 지표로 전락했다.

손보사 평균 유동성비율은 지난 2022년 3분기 124%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상반기 443%까지 확대됐다. 같은 시점에서도 보험사의 유동성 보유량이 국내 기준엔 충족하지만 국제 기준으로는 미달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 손해보험사 경영위험분석 보고서를 통해 예금보험공사는 “손보업권의 경우 유동성커버리지 비율이 100%를 하회하고 있다”며 “특히 업권 평균을 크게 하회하는 일부사의 경우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동성 리스크에 취약해 대응 여력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22년 말 금융위는 기존에 만기 3개월 이하 자산으로 한정됐던 보험사의 유동성 자산에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자산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사에 유동성 위기가 감지되자 유동성으로 인정되는 자산 범위를 넓혀준 조치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