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등지에서 할인률이 높은 '선주문 상품권' 판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급중단이나 배송사고 등 문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다르면 티몬·위메프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미리 돈을 결제하면 1~2주일 뒤에 문화상품권을 결제하는 '선주문·선결제 상품권' 딜 등록이 늘어나고 있다. 티몬에 올라온 '북앤라이프' 딜의 경우 5만원권 문화상품권을 4만6000원에 판매, 할인율이 8%까지 확대하면서 판매수량이 하루만에 모두 동났다.
통상 모바일로 판매하는 문화상품권은 발행사가 핀(PIN)번호를 구매 고객의 휴대전화 번호 문자메시지(SMS)로 전송하는 방식을 쓴다. 지류와 달리 인쇄와 배송에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즉각 수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선주문 할인 상품권의 경우 고객이 문화상품권 핀번호를 수령하기까지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만약 상품권 발행사가 고객에게 미지급하고 잠적할 경우 대응방법이 마땅치 않다.
과거 티몬 등에서 수백억원치 판매됐던 '머지포인트' 사례에서도 판매된 전자 바우처가 사용 불능이 되자 고객들의 환불러시가 발발하며 '뱅크런' 사태로 이어졌던 전례가 있다. 아직까지 환불 책임을 놓고 고객과 판매사인 티몬 등 사이에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상품권이 이처럼 시간차를 두고 발행될 경우 사실상 상품권 발행업자는 금융당국의 감시 없이 사실상 어음을 무제한 발행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본다. 이용자들이 상품권을 가맹점에 사용한만큼 대금을 결제해야 하지만, 이는 다시 상품권을 발행해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거래업자와 달리 문화상품권 사업의 경우 법적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개정된 전금법은 전금업자로 하여금 고객 예치금 절반을 은행에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 등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상품권법이 지난 1999년 폐지된 이후 고객이 예치한 문화상품권 대금 보호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상품권 발행자가 인지세를 납부하고 이를 관할 세무소에 신고만 하면 되고, 공정거래위원회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해 표준 약관 가이드라인 정도로 사후 심사만 받으면 되는 수준이다. 머지포인트 측이 법적공방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상품권업으로 인지했다고 주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티몬 관계자는 “문화상품권 판매자들이 다음 달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마케팅을 진행하거나 물량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 상품권 선구매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티몬이 직접 상품권을 매입해 판매하는 형태는 아니고, 배송사고 등 일부 문제상황의 경우 선환불 조치 등 도의적 책임 수준의 대응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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