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한화오션은 유례없는 중대범죄 행위라고 주장한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이미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한화오션이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 고발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4일 HD현대중공업 직원의 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해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제출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군사기밀 탐지 수집·누설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안에 대한 행위를 지시하거나 개입·관여한 임원을 수사해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년~2015년경 KDDX 개념설계보고서를 비롯한 다수의 함정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내부 서버로 공유하다 적발됐다. 지난해 11월 해당 사안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사청은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회를 열었으나 참여 제한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는 것 등을 결정의 이유로 밝혔다.
이번 설명회에서 발표를 맡은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방위사업청은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했다. 다만 구 변호사는 “수년 동안에 걸쳐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하고 비인가 서버의 기밀을 보관, 공유하는 것은 유례없이 심각하고 중대한 불법행위이자 보안 사고”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응하는 조치없이 이 사업(KDDX) 수행이 지속된다면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2018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군사 비밀 문서를 열람하고 촬영했을 당시 부서장, 중역의 결재가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또 2019년 피의자신문조서에도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장보고-Ⅲ 배치(batch)Ⅱ 선행연구에 참고하기 위해 군사 비밀 자료를 열람하고 동영상을 촬영한 것을 상급자들이 알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맞다'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 직원은 조사 당시 조직적으로 이뤄진 행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스토리지를 나눠 조직적으로 불법 획득한 군사기밀을 관리했고 수사 회피를 위한 대응 메뉴얼까지 갖췄다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기술개발 및 수출확대를 통한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