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기적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 창업자의 숙명

민명기 로앤굿 대표
민명기 로앤굿 대표

작은 오피스텔에서 4명의 대학생과 함께 로앤굿을 창업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치킨집에서 회사 이름을 짓던 중 누군가 치킨집의 이름(굿앤닭)을 따라 '굿앤로'를 제안했는데, 순서만 바꾸어 '로앤굿'이 됐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는 지금까지 130억원의 외부자금을 유치했고, 20여명의 직원과 함께 리걸테크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지난 4년은 멀리서 보면 희극일지 몰라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시간이었다. 동시에 비극을 비극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해준 기적들이 일어난 시간이었다.

로앤굿은 2020년 10월 변호사 견적비교 플랫폼으로 첫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형로펌은 기업 법무팀이 사건요지를 알려주면 견적서를 발송한다. 이를 온라인 서비스로 구현해 서초동 개업변호사 시장에 적용했다. 의뢰인에게는 환호를 받았으나 변호사 업계로부터는 거센 반발을 받았다. 인신공격적인 비난도 많이 받았다. '공사판에서나 쓰이는 견적이라는 단어를 감히 법률시장에 적용한 죄'를 엄중히 추궁하던 한 변호사의 메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변호사협회는 로앤굿의 성장을 막기 위해 2021년 8월 변호사광고규정을 신설했다. '견적 또는 비교 등을 표방하는 광고' 자체를 금지했다. 법률 플랫폼을 변호사법을 위반한 불법 사업체로 규정한 후, 플랫폼 운영(겸직)을 이유로 필자의 변호사 자격을 정지하기도 했다. 로앤굿의 예비 투자사에 변협 명의의 공문을 보내 불법 서비스라고 경고해 투자가 무산되기도 했다.

작년 한 해 필자는 규제 이슈에 대항해 온 몸을 던졌다. 대규모 기자회견을 했고 변호사 사회의 여론을 모으기도 했다. 다행히 법무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며 변협의 징계를 취소함에 따라 리걸테크의 규제 이슈가 해소됐다. 정부가 나서 과감히 혁신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많지 않다. 온갖 돌팔매질을 맞던 중 마주친 하나의 기적같은 일이었다.

사업 전략 부분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법률서비스의 경우 고객(의뢰인)의 재방문과 바이럴 정도가 낮았다. 소송은 반복해서 일어나기 힘들었고, 변호사를 찾는 경험은 입소문이 나기보다는 쉬쉬하는 일이었다. 특히 서초동 로펌이 규모화됨에 따라 마케팅 비용(CAC)이 계속 높아졌다. 고객 1인당 수익(LTV) 관점에서 로펌은 플랫폼의 100배 이상을 거두기 때문에 로펌에 맞춰 광고비를 과잉 지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콘텐츠를 통한 오가닉(organic) 유입도 시도했으나, 의뢰인들은 로펌 광고에 더 반응했다.

무리한 광고비 확대보다는 플랫폼을 기초로 한 수평적 사업 확장을 꾀했다. 국내 최초로 소송금융 서비스를 론칭했다. 30만 상담데이터를 기초로 국내 최초로 AI 상담 챗봇을 출시하는 등 AI 분야에 투자했다. 생성형 AI 열풍이 때맞춰 등장해 리걸테크 산업을 선도하는 모멘텀을 맞게 됐다. AI 기반 종합 법률 플랫폼을 지향하게 된 것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스타트업 혹한기가 시작되며 재무적 어려움도 겪었다. 투자 유치는 최종 단계에서 2번이나 무산됐다. 월급을 채 못주고 파산하는 드라마 장면이 실제 눈앞에 다가왔다. 그 당시 투자 유치를 위해 간절하게 뛰어다녔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놀랍게도 마지막 1달치 월급이 바닥날 즈음 기적처럼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

창업 당시 필자는 스스로를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기간을 돌이켜보면 문제는 늘 주어졌고 의도와 다르게 풀려왔다. 나는 그저 몸부림치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 몸부림 중 우연한 움직임 하나가 기적을 불러왔을 뿐이다. 이제 필자는 스스로를 '기적을 향해 몸부림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필자는 오늘도 내일의 기적을 향해 또 한 발을 내딛는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 mgmin@lawandgo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