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AC) 40% 가까이가 지난해 투자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성장과 달리 제 기능을 못하는 AC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AC와 개인투자조합 관리·감독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6일 전자신문이 창업기획자 공시 30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1월 기준) 114개 AC(37.3%)가 작년에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육 프로그램을 기재하지 않은 AC도 92곳에 달했다. 절반이 갓 넘는 AC만 초기창업 발굴과 육성이라는 본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AC는 법적으로 초기 창업자 선발과 전문보육, 투자를 수행하는 창업기획자를 뜻한다. 등록된 AC는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양도차익, 배당·소득·법인세 면제 등 지원을 받는다. 자본금 1억원 이상, 전문인력 2인 이상, 보육공간 보유 등 등록 요건이 상대적으로 낮아 2017년 제도 도입 후 AC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운영이 부실한 AC로 인해 제대로 투자·보육을 진행하는 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 제기됐다. 지난 2020년에도 투자 실적이 전혀 없는 AC가 110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은 AC 등록 후 3년 내 초기창업기업에 투자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유령 AC'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AC 관리·감독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오는 7월까지 AC 세부현황과 벤처투자회사 간 차이점 등을 분석해 AC 감독 강화책을 도출할 계획이다. 개인투자조합 관리 방안 연구도 함께 이뤄진다. 개인투자조합은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에 해당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출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금지되지만, 소득공제 혜택을 미끼로 한 조합 출자 권유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조합 출자자 구성, 투자집행·펀드운용 방식 등을 파악해 감독 강화책을 모색한다. 개인투자조합은 벤처펀드나 사모펀드처럼 업무집행조합원(GP)을 통해 투자하면서도, 투자액에 대해 소득공제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유망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조합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결산·정기보고 누락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현재 존속 중인 개인투자조합 수는 3682개다.
중기부 관계자는 “3년 주기로 개별 AC에 대한 정기점검을 실시해 투자를 집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AC와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으로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