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배터리, 용량을 5배 늘린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15분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 배터리, 모듈을 없애 에너지 밀도를 높인 셀투팩…
6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4'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차세대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구체적인 상용화 로드맵도 제시하며 '꿈의 배터리'로 불리던 차세대 배터리 제품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전시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제품 중 하나는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구체적인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 대중에 공개했다. 삼성SDI는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인 900Wh/L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2024년부터 2026년 A·B·C 샘플을 차례로 생산하고 2027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A샘플은 시제품, B샘플은 차량에서 작동하는 엔지니어링 샘플, C샘플은 상용화 직전 단계 배터리를 말한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세부 로드맵을 공개한 것은 2027년을 목표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소재 준비도 시작됐다. 포스코는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통해 경남 양산에 연 24톤 규모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공장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포스코는 2027년 240톤 규모 고체전해질 2단계 공장을 준공하고, 2029년 7200톤 규모 3단계 공장을 준공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5년 리튬메탈음극 파일럿플랜트(PP)도 구축할 계획이다. 리튬메탈음극은 전고체전지, 리튬메탈전지, 리튬황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다. 에코프로비엠도 지난해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보급형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급성장중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관심을 끌었다. SK온은 기존제품보다 저온에서 충·방전 용량을 10%이상 높인 윈터프로 배터리를 선보였다. LFP 배터리의 약점으로 꼽힌 저온 성능을 개선한 제품이다. 에코프로는 LFP 양극재 국내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올해 말 오창에 3000톤 규모 LFP 양극재 파일럿플랜트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셀투팩(CTP) 기술을 최초로 선보였다. 셀투팩은 모듈을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무게를 낮출 수 있는 배터리다. 부품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셀투팩 배터리는 삼성SDI와 중국 CATL도 개발했지만, 이들 기업은 각형 기반 제품에 셀투팩 기술을 적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파우치형 배터리에 셀투팩 기술을 접목, 에너지 밀도 향상과 경량화라는 폼팩터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온은 성능이 개선된 급속충전(SF)+ 배터리를 내세웠다. 시중에 출시된 전기차 중 급속충전이 가장 빠른 차량은 현대차 '아이오닉5'로 잔여 배터리 10%에서 80% 충전까지 18분이 소요되는데, SK온은 이를 15분으로 단축했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도 눈길을 끈다. 금양은 전날 개발 성공을 알린 4695 배터리 실물을 전시했다. 배터리를 전구와 연결해 실제 작동 모습을 함께 시연했다. 이광용 금양 부사장은 “국내 대기업도 아직 양산에 성공하지 못한 배터리로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연 제품을 들고 나왔다”면서 “부산에 2170 배터리 2억셀, 4695 배터리 1억셀 규모 양산라인을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12번째를 맞는 이번 인터배터리 전시회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달라진 K-배터리 산업 위상을 보여줬다. 국내 산업전 중 최대 규모로 코엑스 전관에서 열리며 579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다. 사전등록인원은 4만2872명으로 지난해 대비 77% 늘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본격화, LFP 등 보급형 기술 확대, 친환경 기술 강화, 자동화 기술의 확산을 트렌드로 꼽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LFP·나트륨 등 보급형 배터리 개발, 재사용·재활용 등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이상 R&D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