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8개 AI 신약 개발 프로젝트 동시 가동…전사 DX 속도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 8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동시 가동한다. 국내 제약사 중 자체 AI 역량을 활용한 신약 개발 시도로는 최대 규모다.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된 AI 플랫폼을 독성 예측, 비임상 설계 등 역할까지 고도화, 신약 개발 전주기 디지털 전환에 나선다.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 디스커버리 센터장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 디스커버리 센터장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 디스커버리 센터장은 “현재 내부적으로 활발히 추진하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 15개 중 8개 과제를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 중”이라며 “이제 시작 단계지만 기존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뛰어넘어 혁신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비만, 당뇨, 항암, 유전자, 표적 단백질 등 8개 영역 치료제 개발이다. 대부분 제약사가 뛰어들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원인과 치료기전 등이 다양해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분야다.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으로 난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8억종의 화합물 분자 모델을 데이터베이스(DB)화한 '다비드'부터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데이비스', 웹 기반 AI 신약개발 포털 '데이지' 등이 주인공이다. 동시다발적으로 핵심 신약 개발 과제에 자체 AI 기술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AI 기술을 적용한 성과는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비만, 당뇨 등 치료 후보물질 발굴은 물론 단백질 분해제 개발에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박 센터장은 “1년 가까이 외국 제약사와 비만 치료 관련 활성 화합물을 탐색하고 있었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다”면서 “이 프로젝트에 데이지와 데이비스 등 자체 AI 신약 솔루션을 적용했더니 두 달 만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화합물을 찾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미 알려진 화합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알려지지 않은 화합물을 발굴하거나 기존 화합물을 다른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는데, 이 과정에서 AI가 핵심 기술이다.

대웅제약 역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AI 기술 확보에 착수, 전 직원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신약 디스커버리센터 내 별도 AI 조직까지 꾸렸다.

대웅제약 연구원이 AI 신약개발 시스템으로 통해 신약 후보 화합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대웅제약 연구원이 AI 신약개발 시스템으로 통해 신약 후보 화합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번 AI 신약 플랫폼 본격 활용을 계기로 전사 디지털전환(DX)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선 AI 신약 플랫폼을 활용한 8개 프로젝트를 임상 단계까지 빠르게 끌어올리고, 추가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도 적용한다. 아울러 현 플랫폼 고도화도 추진, 기존 후보물질 발굴에 초점을 맞췄던 기능을 독성 예측이나 비임상 영역 등에도 적용한다.

연구진의 디지털 역량 강화도 중점 DX 과제다. 대웅제약은 전 연구진의 AI 신약 플랫폼 활용을 높이기 위해 AI 교육 프로그램 마련도 추진 중이다.

박 센터장은 “AI 신약 개발 역량은 결국 탄탄한 신약 개발 위에 AI라는 기술이 내재화됐을 때 성공하는 것”이라며 “현재 플랫폼 고도화와 함께 연구진 AI 교육 강화를 추진 중이며, 신약개발 파트와 AI팀간 유기적인 협업 프로세스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