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계약에 법률검토 미흡…남부발전, 터빈하자 327억 손배 못받는다

한국남부발전 본사가 위치한 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 〈자료 남부발전〉
한국남부발전 본사가 위치한 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 〈자료 남부발전〉

한국남부발전이 가스터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과 하자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다투다 결국 중재 패소 판정을 받았다. 손해배상액이 327억원에 달했지만 이를 받을 수 없게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열린 남부발전 이사회에서는 부산복합화력발전소 터빈 하자 중재판정에 대한 결과보고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중재는 지난 2020년 11월 한국남부발전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했고 3년 여 만에 판정이 내려졌다. 남부발전측은 설계수명 30년 만료전 균열이 발생했고 계약서상 약정 품질이 미달됐다며 공급사인 GE에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남부발전은 긴급복구비용과 케이싱 교체비용, 발전 정지 손해액 등으로 327억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GE측은 하자보수보증기간 24개월이 지났고 소멸시효 5년도 넘은 상황이라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설계수명 미달 사실만으로는 GE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은다고 봤다. 중재원은 터빈을 설계한 1997년 기술 기준 적합한 설계로 남부발전의 비정상적 운전 사실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판단했다.

이처럼 발전소와 OEM사 간 하자 보수 책임에 대한 갈등은 비일비재하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스터빈의 경우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파워(MPW), 이탈리아 안살도 4개사의 독과점 구조로 제조사에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과거 제조사와 계약 체결 시 법률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 측 합의가 이뤄지지않으면 통상 중재 판정을 받는데 국내 발전사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대부분 제작사가 주장하는 기술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남부발전 중재 판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결과보고에 따르면 계약상 분쟁해결조항은 국제 중재규칙에 따른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에 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중재 제도상 한계가 있는 만큼 대기업 분쟁시 소송에 의한 해결을 의무화하도록 개선하고 300억원 이상 계약시 법률검토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발전소에 설치된 가스터빈 149기는 모두 외국산이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손정락 카이스트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산 기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며 “경쟁사가 많을수록 제조사의 강압적 태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사 역시 기술적 사항이나 계약 관련해 면밀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