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최성은, '파격적 순수 마리, 새로 찾은 유연한 연기행복'(인터뷰)[종합]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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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민해왔던 소통측면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조금 더 채울 수 있었고, 좀 더 유연하고 여유있게 마주할 필요성을 다시 느낀 것 같다” 배우 최성은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깨달은 생각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 속 여주인공 최성은과 만났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조해진 작 '로기완을 만났다') 원작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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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은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벨기에 국적의 한국인 사격선수 마리 역으로 분했다. 파격적인 스모키 메이크업부터 담백한 본연의 비주얼까지 스타일링과 함께 인간의 변화지점을 촘촘이 표현해 주목받았다.

특히 안락사 결정을 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을 깊게 몰입한 듯한 초반부는 물론, 기완을 향한 이방인으로서의 동질감, 그에서 비롯된 사랑을 표현하는 중후반부까지 행복을 향한 자유의지라는 감정선을 담백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연기하며 많은 호평을 얻었다.

또한 송중기(로기완 역)는 물론 조한철(아버지 이윤성 역), 와일 세르숩(씨릴 역) 등 배우들과의 섬세한 감정호흡을 나누는 모습 또한 신예답지 않은 완벽한 모습으로 비쳐져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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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당시 에피소드?

▲오디션 초기에는 대본이 다 나와있지 않았기에, 제가 생각했던 것 안에서 최대한 준비했다. 빨간 니트 느낌의 루즈핏 상의와 화이트팬츠 등으로 마리를 표현해봤는데, 운좋게도 캐스팅이 됐다.

캐스팅 이후에는 기분 좋으면서도, 인물서사나 불어, 멜로장르 등 어려운 요소들이 신경쓰였다.

-김희진 감독의 조언?

▲오디션 보다는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마리를 구현하는 데 큰 이견이 없었던 가운데, 의상부터 장면들까지 하나하나 이야기를 했다.

또한 감독님과 함께 임승용 대표님(제작사 용필름)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서 새롭게 찍기도 하고, 대사를 직접 써서 신을 완성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던 감독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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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스모키와 순수감을 오가는 스타일링부터, 불어·사격 등 마리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은?

▲스타일들은 감독님과 상의해서 결정했다. 처음 해보는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초반의 마리를, 후반부에는 좀 본래의 순수하고 여리해진 느낌의 마리에 접근하려고 했다

불어는 촬영 2~3개월 전부터 연습했다. 현장에서도 촬영 막바지까지 선생님과 함께 했다. 대사를 외워서 표현하는 데 집중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좀 영리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웃음)

-감정폭이 큰 마리로서의 감정선을 어떻게 조율했나?

▲기본적으로는 낯선 헝가리에서의 장기간 촬영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외로움이 있었던 것 같다. 캐릭터 본연의 감정선은 감독님과의 대본리딩을 토대로 (송)중기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다듬었다.

특히 힘든 상황들이 몰리는 과정에서의 감정표출에 있어서는 제 3자의 시선으로서 조언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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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릴(와엘 세르숩 분), 기완(송중기 분) 등에 대한 마리의 시선을 어떻게 이해했나?

▲공통적으로 이방인으로서의 공감은은 존재한다. 다만 자기자신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을 덜어내는 방식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씨릴은 마리가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반항하는 데 동참한 동료이자, 마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게 되는 친구다. 기완은 어머니를 잃었다는 동질감을 주는 존재이자, 마리보다 마리를 더 믿어주는 인간적인 정서의 인물이다.

이러한 정서들이 기완의 집에 처음 방문하는 과정과 함께, 마약을 털어넣은 기완을 구한 이후 대화하는 장면에서 극화돼 로맨스 서사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향한 질책에서 기완과의 관계로 자신을 회복하는 듯한 모습, 마리의 심적변화는 동질감이 주는 깨달음인지? 사랑으로 인한 치유인지?

▲나눌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에는 엄마라는 존재 죄책감에서 동질감, 외로움 등으로 연결되다가,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오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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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가 있었던 장면?

▲아빠 이윤성(조한철 분)에게 엄마의 안락사 결정을 따지는 장면, 기완과 씨릴(와엘 세르숩 분) 바에서 도망쳐나와 중국집 지하에서 대화하는 장면 등은 감정적으로 난이도가 있었다.

쉽게 상상이 안가는 극한상황의 감정이라 더 어려웠다. 실제 중국집 지하 신은 감독님, (송)중기선배와의 상의 끝에 재촬영을 했다. 그래서 원래 장면과 편집본 상의 장면이 조금 다르다.

-송중기가 최성은에게 '집요함이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그에 따른 생각은?

▲제가 (송)중기 선배로부터 집요함을 배웠다(웃음). 중기선배의 집요함은 자기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작품의 매력을 살피는 좀 더 넓은 의미다.

반면 저의 집요함은 제 연기가 마음에 안든다 할 때 집중하는 등의 성격이다. 돌이켜보면 제 스스로 싸우고 있나 싶을 때도 있다(웃음). 요즘에는 주변에 더 많은 도움을 청하고, 유연함이 있는 인간이자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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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비롯한 거듭된 주연 캐스팅에 따른 부담과 변화?

▲운좋게도 '시동' 이후로 중요한 역할을 거듭 맡게 되면서, 부담이 없지는 않다. 제 스스로 쉽게 흔들리지 않고자 스스로를 다듬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이번 '로기완' 현장 역시 느낀 바가 크다. 늘 고민해왔던 소통측면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조금 더 채울 수 있었고, 좀 더 유연하고 여유있게 마주할 필요성을 다시 느낀 것 같다.

여전히 조무래기 신인이지만, 책임감 있게 접근하려고 한다. 다양한 형태와 장르의 캐릭터들과 작품을 만나면서 재밌게 연기하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