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시의 창업촉진, 기업성장, 산업육성을 지원하는 중요하고 방대한 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시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 실행기관으로 설립돼 시민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을 포함한 일자리 창출 지원부터 산업진흥까지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는 서울시의 공공 최고 액셀러레이터 선장으로서 2021년 11월 업무를 시작했다. 이미 업무 반환점을 돌았지만, 그는 여전히 임명된 지 한 달 된 기분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2023 서울콘'과 'CES 2024 서울통합관'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두 행사 모두 글로벌 규모 행사로 서울의 역량을 외부에 보여주는 것으로 각각 세계 최초, 역대 최대라는 타이틀로 치러졌다.
새로운 아이디어 기반 도전도 이어간다. 올해 상반기에는 서울형 뷰티·패션산업 육성을 위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뷰티패션첨단테크 복합공간을 그랜드 오픈할 계획이다.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김 대표에게선 청년과 같은 생기가 돌았다.
김 대표는 이 모든 게 서울의 미래산업을 위한 혁신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20년 뒤, 30년 뒤 산업 먹거리를 위해 디지털, 콘텐츠, 창조산업, 첨단 뷰티·패션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서울의 미래 산업으로 향하는 길이다.
김 대표는 서울경제진흥원의 모든 보고서 첫 머리에 올라온다는 문장부터 소개했다. “서울을 생각합니다. 또한 당신의 미래를” 그가 생각하는 서울의 미래 산업을 들어보았다.
대담=안호천 AI데이터부장
-SBA는 세계 최초로 인플루언서 박람회 '서울콘 2023'을 열었는데, 성과가 있다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3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세계 최초 인플루언서 박람회 '2023 서울콘'을 개최했다. 58개국 3161팀의 인플루언서들을 포함 총 10만명이 방문했다.
콘텐츠, 뷰티, 패션 등 서울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적이다. 당시 서울콘에 참여한 인플루언서들의 온라인 콘텐츠는 4억2000만뷰를 달성했다.
서울콘을 진행하면서 그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형성된다면 향후 잠재적 한국 제품의 소비자가 될 것이다. 서울콘의 성공적 결과를 지속 발전시켜, 서울의 문화를 전파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곧 세계의 흐름이 될 것이다. 서울콘을 비롯한 1인 미디어 창작 지원 생태계 구축 지원은 서울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열쇠가 될 것이다. 서울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 경쟁력 끌어올릴 기회를 콘텐츠에서 찾아야 한다. K콘텐츠 영향력을 극대화해 서울을 세계 산업 발전의 주요 핵심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
-'서울콘 2024'에선 새롭게 준비하시는 것이 있다면.
▲서울콘 2024 기간은 12월 28일부터 2025년 1월 1일까지다. 전년 대비 일정을 이틀 연장했으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으로 장소를 확대했다.
올해 서울콘 2024에서는 인플루언서가 행사 프로그램을 직접 참여해 기획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구성할 계획이다. 기업과 시민 참여도 확대해 서울의 라이프 스타일을 확산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 △인플루언서-기업 간 비즈니스 교류 △창조산업 분야 콘퍼런스와 VIP 네트워킹 등 글로벌 창조 산업 관계자와 함께하는 비즈니스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콘 2024는 서울의 산업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글로벌 확산하고 경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1인 미디어산업 대표 박람회로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이다.
-취임 이후부터 계속 서울의 미래 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서울경제진흥원은 현재 서울에 있는 많은 산업을 잘 지원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10년뒤, 20년 뒤 서울의 미래 산업을 책임질까? 라는 생각을 취임 때부터 하게 됐다.
이를 위해 신규 조직으로 미래혁신단을 설치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썼다. 미래혁신단은 서울의 산업,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던 글로벌 인플루언서 박람회 서울콘 개최 또한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는 사업이다.
핵심성과지표(KPI)와 같은 정책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가치창출에 기여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혁신에 기여한다고 본다.
미래혁신단을 통해 작년과 올해 CES 서울관을 추진했다. 특히 올해 서울통합관은 지난해 대비 1.5배가 확대된 670㎡(약 200평)로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됐다. CES 전시기간 중 서울통합관에는 일 평균 4500여명, 총 1만 80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또 미래혁신단을 통해 'DDP 중심 동대문 패션 상권 재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대문 패션 상권 재활성화 사업은 무엇인가.
▲서울의 대표산업은 전통적으로 패션과 뷰티산업이다.
지금 해외에서는 서울하면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를 떠올리면서 문화와 뷰티 콘텐츠의 중심이라고 느낀다. 서울은 한류 문화 콘텐츠 백그라운드 위에서 뷰티패션 산업으로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너무 좋은 입지조건에 있다. 이러한 강점을 살리고 디지털 기술만 제대로 접목한다면 동대문 패션 생태계를 한 차원 '레벨업'할 수 있다.
서울형 뷰티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2022년 뷰티산업본부를 신설했다. 특히 DDP에 조성한 370평 규모의 뷰티패션 라운지 '비더비(B the B)'가 2022년 9월 30일 개관 이후 현재까지 102만명의 시민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비더비는 어떤 공간인가.
▲기존에 중소기업 제품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은 주로 관계자들이었다. 그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한 것이 비더비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공간으로 만들어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제품을 만나게 되길 바랬다. 사람들이 찾아가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제품과 기술이 노출되고 홍보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그곳에서 만나는 것들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기를 바랬다.
더불어 '공공기관에서 한 것 맞아? 와우!' 같은 반응을 기대했다. 그런 의미에서 비더비가 지향하는 공간을 이른바 '와우존(wow zone)'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공간 자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매력이 공간에 전시된 중소기업 제품으로 전이되는 것을 유도했다. 대기업이 만든 멋진 공간을 다녀간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공간과 제품을 소셜미디어(SNS)에 바이럴하는 것처럼, 우리 중소기업에게도 그런 공간을 제공하려고 했던 것이 통했다.
-DDP를 거점으로 동대문 중심 패션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패션산업은 전통적으로 서울의 대표 핵심 산업이었다. 동대문은 세계 5대 패션산업 클러스터이자 산업의 뿌리이다.
동대문에는 해당 산업 종사자가 30만명에, 매장 수도 10만개가 넘는다. 소비부터 생산, 원단과 부자재까지 한 지역에 있는 세계에 보기 드문 패션산업 집적지이다. 5km 반경, 2~3일 내 기획-생산-판매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동대문 상권이 쇠락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사스, 메르스로 점점 위축이 되고, 의류산업 유통 채널들의 온라인 플랫폼화와 국내 패션의류 생산액, 사업체수 급감에 따라 동대문 상권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DDP는 동대문상권과 패션산업과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서울경제진흥원은 DDP의 '디자인 영역에 산업적 가치를 더해 혁신 패션 클러스터로서 기능을 강화시킬 것이다.
-구체적 계획이 궁금하다.
▲동대문 패션상권 중심에 하이테크 기반의 DDP 쇼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일부 시범운영하고 있고, 상반기 그랜드 오픈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DDP 쇼룸은 동대문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 간 연계와 확장이 자유롭고 소비자(B2C)와 기업(B2B) 모두에게 열린 복합문화 패션공간으로 조성된다. 쇼룸을 통해 동대문 패션산업·상권의 비전을 제시하며 글로벌 패션 클러스터로 재도약하는 것이 목표이다.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쇼룸 방문객이 서울의 패션 테크를 누리고 경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통해 고객의 체형 분석을 하고, 이를 통해 어울리는 옷을 추천받거나 유사한 피부톤의 사람은 어떤 색상의 옷을 선택하고 어울리는지 등 패션의 미래 기술 경험을 누구나, 쉽게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동대문 패션상권 활성화를 위한 핵심 앵커시설을 기획 중이다.
도매시장이 운영하지 않는 낮 시간대 도매 쇼룸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DDP 쇼룸 샘플샵'을 운영해 패션 창업 관심자 누구나 활용 가능하도록 도매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24시간 활성화된 동대문을 구현할 수 있다. 다양한 콘셉트 공간에서 상품 촬영과 라이브커머스가 가능한 'DDP 쇼룸 스튜디오', 창업가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D-셀러 양성과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DDP 쇼룸 오픈을 통해 동대문, 나아가 서울 패션에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업무 반환점을 돌았다고 할 만하다.
▲벌써 취임한 지 2년여가 지났다. 정신없이 달려왔던 시간이었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일을 했던 것 같다. 체감상으로는 딱 한 달이 지난 것 같다.
지난해 서울경제진흥원은 경영평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며 큰 성과를 이뤘다.
그동안 무엇보다 우리 구성원과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통과 협업의 조직문화를 확립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직접 '전직원 도시락 간담회', 본부별 워크숍, 대표이사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살', 대표이사 직통 핫라인 '신문고'를 도입해 유연하고 수평적 소통 프로그램 운영해 나갔다.
또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나갔다 로봇사원 '스바봇'을 전 부서에 배치해 지출 전표처리 등 단순 반복 행정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절감된 연간 업무시간을 계산해보니 2만1167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지역과 기관에서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고객중심 디지털 서비스를 도입해 24시간 사업예약시스템, 인공지능(AI) 상담사 고객 응대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직무급 도입을 했고, 시설직에 대한 급여 체계나 인센티브 보상 체계도 마무리했다. 최근 몇 년간 진흥원의 숙원 사업을 다 마무리한 것 같다.
몇 년이 지났을 때 나라는 사람을 평가받았을 때 다른 건 몰라도 “정말 비즈니스 라이크하게 일했어. 지난 몇 년 동안 숙원 사업을 다 해결했어. 진흥원의조직 문화가 바뀌었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희망이다.
◇김현우 대표는…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창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장기신용은행과 HSBC를 거쳐 한국창업투자 대표로 근무했으며 보스톤창업투자, 아시아경제TV를 경영하며 임원직을 역임했다. 경희대 산학협력중점교수와 융합인재센터장을 맡아 학생 취업과 창업을 지원한 바 있다. 서울의 중소기업, 스타트업과 함께 사업모델을 고민하고 투자를 통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등 산업 생태계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정리=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