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VM웨어의 가격 인상에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VM웨어는 브로드컴에 인수된 이후 제품 라인업을 2개 패키지로 통폐합했다. 중앙처리장치(CPU) 당 부과하던 가상머신(VM) 가격 정책을 코어당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16코어가 기준으로 64코어 CPU라면 기존 대비 4배까지 비용이 늘어난다.
구매가 아닌 구독형 가격 정책을 도입하면서 기존 영구 라이선스 고객까지 새 가격정책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기업 사이에서는 경우에 따라 최대 10배까지 비용이 오를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클라우드, 클라우드의 기반은 가상화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디지털 전환 전반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VM웨어는 글로벌 가상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점유율 40% 이상으로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 브로드컴이 VM웨어를 인수할 경우 이 같은 독점적 지위에 의한 피해를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브로드컴이 과거 CA, 시만텍을 인수한 후 가격을 높여 업계 부담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문제는 국내 기업 피해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딱히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 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기업결합심사는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것이었다. 소프트웨어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공정위는 VM웨어의 가격 인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를 위반한 것은 아닌지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 반독점 규제 당국과 협력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점기업의 횡포에 미리 대응하는 일이다. VM웨어의 가격 인상이 예상됐다면 시트릭스를 비롯한 가상화 기업을 조사하고 멀티 벤더 전략을 꾀하는 등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 정부나 기업 모두 막연한 예상만 했지 준비는 없었던 점이 문제를 키웠다.
중장기적으로 가상화를 비롯해 주요 소프트웨어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적어도 10년 내에는 국내 제품으로 글로벌 독점 기업 제품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글로벌 독점기업 횡포에 휘둘리는 것보다 같은 일을 두 번 세 번 계속 당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의 각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