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가 전구체를 사용하지 않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양산을 추진한다. 양극재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전구체 공정을 건너뛰려는 시도로, 비용 절감과 중국산 소재 의존도 완화가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전구체 프리(Precursor-free)' 방식 LFP 양극재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는 올해 말 오창 본사에 연산 200톤 규모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구체는 양극재를 생산하는데 필수로 사용되는 소재다. LFP 전구체의 경우 탄산리튬, 인산, 황산철 등을 합성해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구체에 리튬을 첨가해 고온으로 열처리하는 소성 공정을 거치면 양극재가 완성된다. 전구체는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중간재인 셈이다.
전구체 프리 방식은 전구체를 따로 만들지 않고 원재료와 리튬을 동시에 넣고 소성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에코프로 외에도 캐나다 나노원, 대만 HCM 등이 전구체 프리 방식의 양극재 생산을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구체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LFP 양극재 생산을 시도하는 이유는 가격경쟁력 확보다. 전구체 제조 단계를 건너뛰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전구체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폐수와 유해가스 발생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IRA 보조금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해외우려기업(FEOC)에 해당되지 않는 비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해야하는데 LFP 전구체는 99% 이상 중국에서 생산된다. 신공법을 사용하면 중국 기업이 장악한 전구체 공급망을 우회할 수 있다.
에코프로는 전구체 제조 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지만 주로 삼원계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LFP 전구체는 아직 내재화하지 못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보급형 전기차 확대 추세에 맞춰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LFP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중국 업체들과 같은 고상법을 써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측면이 고려됐다”면서 “IRA에 대응해 중국산 전구체를 쓰지 않고 LFP 양극재를 만들 수 방법에 대한 고민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구체 프리 방식 외에도 기존처럼 전구체를 사용하는 고상법을 적용한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도 연산 3000톤 규모로 구축할 계획이다. 파일럿 생산을 통해 두 방식의 생산성을 검증하고 성과 및 수요에 따라 양산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