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뒷돈 받고 문제 거래 사실이었다…감사원, 56명 수사 요청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교육 업체와 유착한 현직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는다는 '사교육 카르텔'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수사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과목 23번 문제 논란 관련자들도 포함됐다. 해당 논란은 대형 입시학원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지문이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불거진 바 있다.

감사원이 파악한 경위에 따르면 2023년 1월 출간될 예정인 EBS 수능 연계 교재에 한 교사가 'Too Much Information'(TMI)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됐었다. 대학교수 A는 EBS 교재 검수에 참여하면서 지문을 알게됐고,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해당 지문을 사용했다. 평소 교원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유명 강사 B씨는 지문의 원 출제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원 C를 통해 문항을 받아 모의고사로 발간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 이들은 사설 모의고사와 중복 검사를 부실하게 진행해 TMI 지문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한 출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215건 접수됐으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

수능 출제 또는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에 참여한 다수의 교사가 사교육업체와 문항을 거래한 것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문항 거래는 수능이나 모의고사 출제 경력, EBS 수능 연계 집필 경력이 있는 교원을 중간 매개로 피라미드식 조직 형태로 전개됐다.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했던 고교 교사 D는 출제 합숙 중 알게된 교사들을 포섭해 문항 공급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문항 2000여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 및 유명 강사들에 공급하고 6억6000만원을 받았다.

고교 교사 E씨는 배우자가 설립한 출판업체를 공동 경영하면서 현직 교사 35명으로 문항 제작팀을 구성해 수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감사원은 “입학사정관 퇴직 후 3년간 학원 등 취업이 제한되는 고등교육법 조항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법상 위반 시 제재 규정은 없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교육부에 제도 개선 등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공식 통보되는 대로 교원에 대한 징계 요구 등을 조치하고 수능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사교육 업체와의 문항 거래 등 중대한 비위가 확인된 교원은 소관 교육청에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며, 교원 비위 처벌 기준도 강화한다.

전현직 입학사정관의 3년간 학원 취업 금지 조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취업 제한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 규정을 신설하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한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