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기업이 교육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출판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디지털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에듀테크 기업이 문제 은행 등의 명칭으로 시중 유명 참고서와 비슷한 문제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출판 업계는 시중 교재를 연계해 문제 은행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출판사 문제(원본)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에듀테크 기업과 출판사 간 분쟁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출판사 NE능률은 매스프레소의 '콴다 과외'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콴다 과외 출판사로부터 저작권 이용을 허락받지 않고 콘텐츠를 사용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지속되자 콴다 과외는 지난 수개월간 여러 출판사와 협상을 통해 NE능률 교재를 사용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콴다 과외 관계자는 “다수의 출판사와 계약을 완료했다”며 “앞으로도 출판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콴다 과외와 달리 프리윌린의 수학 문제은행 플랫폼 '매쓰플랫'은 현재까지도 출판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법률 분쟁 중이다. 개념원리와 지학사 등은 지난해 11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매쓰플랫을 고소했다. 매쓰플랫이 제공하는 문제 은행 속 유사 문제가 자사 문제 원본을 유사하게 표절했다는 것이다. 매쓰플랫 관계자는 지난 1월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매쓰플랫은 저작권 침해 논란이 됐던 타사 플랫폼과 달리 자사 플랫폼은 문제를 자체 제작한다는 입장이다. 매쓰플랫 관계자는 “텍스트 기반의 국어나 영어와 달리 수학은 고유 창작성에 대한 부분이 입증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아직은 저작권 관련 문제의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입장은 밝히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에듀테크 기업과 출판 업계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아이피스가 운영하는 디지털 교재 플랫폼 '쏠북'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북아이피스는 '저작권 걱정 없는 디지털 교재 플랫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쏠북 온라인 서점을 출시했다. 쏠북 온라인 서점은 초·중·고 대상의 다양한 시중 문제집뿐만 아니라 강의자료와 교재 저작권, 실물 참고서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쏠북이 타 에듀테크 플랫폼과 달리 저작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던 것은 사전에 출판사들로부터 저작권 라이센스를 중개하도록 동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B2B 요금제를 출시하고 에듀테크 기업과 출판사 간 저작권 리스크를 해결해 나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쏠북 관계자는 “많은 에듀테크 기업이 이미지에서 문자를 인식해 텍스트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인 광학 문자 인식(OCR)을 활용해 인공지능(AI)으로 문제를 생성하고 있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쏠북은 콘텐츠 이용자가 저작권 이용료를 내는 합법적인 환경에서 저작권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에듀테크 업계 내에서는 교육 시장에 뿌리내린 저작권 침해 문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에듀테크 기업의 저작권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그간 출판사들이 용인해 주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라며 “에듀테크 기업은 수십억 원의 투자를 받는 등 몸집을 키우면서도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나 음악 등은 불법 저작물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혀 있지만 교육 콘텐츠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며 “교육 콘텐츠도 합법적으로 이용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hc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