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곳곳에 격벽이 자리해 유선으로만 통신이 가능했던 해상 선박 안에서 무선 통신을 이루는 기술이 구현됐다. 이미 실용화 가능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린 상태로, 향후 자율·무인화 선박 디지털트윈 기술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심우성 해상 디지털 통합활용 연계연구단장팀이 공동연구기관인 써니웨이브텍과 함께 이런 선박용 '표면파'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선박은 침수가 발생해도 배 전체에 물이 들어차지 않도록 격벽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설계지만 전파를 이용하는 무선 통신에는 장애가 된다. 송출 전파가 격벽 철판에 막혀 무선 통신은 불가능하다.
기존에는 격벽에 구멍을 내고 유선 케이블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했는데, 향후 선박 자동화·무인화 시대에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수백 미터가 넘는 선박 말단까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야 디지털트윈, 자동화와 무인화를 이룰 수 있는데, 그만큼의 케이블 설치는 비용이나 난이도 문제가 크다.
연구팀은 금속 표면으로 신호를 담은 자기장, 즉 표면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아이디어를 채택해 실용화했다.
이미 선내 펌프, 모터가 많이 있는 기관실 안쪽에서부터 50m 거리까지 40메가비피에스(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공인 시험에서 확인한 것으로 격벽이 여러 겹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룬 결과다. 내부 장애물이 없거나 적다면 더욱 멀리, 빠른 전송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지금 이상의 결과를 원한다. 내년까지 전송속도를 100Mbps까지 높이고자 연구를 지속 중이다.
국제표준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미 국제항로표지협회(IALA)에서 해양분야 적용 가능 여부를 전문가 검토로 따져 가능성을 인정 받은 상태다.
심우성 단장은 “표면파 통신은 자율·무인선박의 선내 무선 고속 통신을 낮은 비용으로 이루는 최선의 선택지”라며 “선박 디지털 트윈이 우리 몸이라면 표면파 통신은 모세혈관과 말초신경 역할로, 향후 무인 자율운항 선박시대 세계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근의 통신 개념인 'V2X(vehicle to X)'를 해상에 변용한 'S2X(Ship to Everything)'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부터 초고속해상무선통신망 무선설비 다각화 및 통합연계 기술을 개발 중으로 이번 연구도 그 일환으로 진행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