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용구 전 행장 주도로 '타행이체 수수료 면제'를 발표한 신한은행이 소상공인·개인사업자 고객에게는 여전히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 고객이 기업인터넷뱅킹에서 타행이체를 이용할 시 건당 500원 수수료를 부과한다. 수수료 무료라는 신한 측의 홍보만 듣고 사업자 계좌를 텄다가 낭패를 봤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업자 계좌 특성 상 급여 이체나 물품 대금 정산 등 이체 건수가 많다보니 누적 수수료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타행이체 수수료 면제는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지난 2022년 말 취임식에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공개한 방침이다. 전임 행장인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하는 첫 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직후인 2023년 1월 1일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 앱인 뉴 쏠(New SOL)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영구 면제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공식 홍보자료에는 빠졌던 '개인고객 및 개인뱅킹 채널에 한함'이라는 문구가 이튿날 게재된 신한은행 홈페이지 공지에 추가됐다.
신한은행 측은 '상생금융 마중물이 되어 타행들이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정작 개인사업자에 대한 계좌 이체 수수료를 먼저 면제한 것은 KB국민은행이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 19부터 KB스타뱅킹과 KB스타기업뱅킹 등 모바일과 PC 채널 모두 개인·개인사업자 대상으로 횟수 제한 없이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KB국민은행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들의 금융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다음달부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개인과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무료화했고, 3월부터는 NH농협은행이 NH올원뱅크에서 전 고객 대상으로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개인사업자에게 타행이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신한은행뿐이다.
신한은행은 사업자 전용 상품인 '신한 쏠비즈 기업통장' 등에 수수료 우대 혜택이 있기 때문에 실제 수수료를 부담하는 소상공인은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상품의 경우 타행이체 수수료 면제 건수가 월 100건으로 제한되고, 가입자의 다른 신한은행 계좌에서 타행이체가 있더라도 면제건수를 차감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고객이 기업뱅킹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가 있지만, 타행이체 건수가 많은 고객의 경우 영업점장 승인 하에 면제를 받으실 수 있도록 지원을 해드리고 있다”며 “실제 타행이체 수수료를 부담하는 개인사업자 고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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