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독립 경영 첫 해에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외식·로봇 등 신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본업인 유통·호텔 사업에서는 부진한 결과를 냈다.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본업 경쟁력을 키우고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나란히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한화그룹 유통·호텔 사업을 승계하는 김동선 부사장이 직접 이끄는 계열사들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순손실 30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순손실은 면세점 철수 여파가 반영된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약 266억원의 적자가 누적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4345억원, 영업이익은 98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에서 인적 분할돼 신규 상장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전년도 매출 5327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외형과 수익성 모두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지난해 순손실 432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은 7323억원, 영업이익은 238억원으로 동반 성장했지만 기투자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며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운영을 중단한 양평·수안보·백암 사업장과 마장 개발 사업 등을 영위하는 자회사 한화넥스트 등에서 총 190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독일에 설립한 승마 법인과 일산씨월드 등에서도 순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치솟는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유형 자산 재평가를 진행했다. 보유 토지 가치가 약 7000억원 이상 늘어나며 급한 불을 껐다. 이 과정에서도 자산 손상 영향으로 인한 손실이 추가 발생했다.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식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론칭과 와인 유통사 '비노갤러리아' 설립, 한화푸드테크와 한화로보틱스 시너지 등 다방면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이 신사업에만 치중해 본업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 회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전체 백화점 점포가 역성장한 데다 간판 점포인 압구정 명품관이 전국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위기에 빠졌다. 부진한 유통 사업 반등과 호텔 사업 체질 개선이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해외여행 등 대체 소비로 인한 명품 수요 감소와 고정비 증가, 지방 사업장 경쟁 심화에 따른 판관비 확대 등이 영향을 끼쳤다”며 “지난해 인적 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수수료 부담과 사용권 자산 손상 차손이 반영되면서 순손실이 커졌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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