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이화여대·서울대 등 기후테크 투자
국내·외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기후테크(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 합성어)가 대학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학이 기업과 손잡고 학생 창업·인재 육성 등 기후테크 분야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기후테크 산업이 대학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데는 대학의 인재 육성 가능성과 체계적인 인프라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대학이 기후테크의 핵심인 '딥테크' 관련 전문 지식과 연구 인프라, 우수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대학이 가진 창업지원단, 대학 실험실 등 자체 인프라를 통한 기후테크 후속 지원이 가능한 역량도 갖추고 있어 사업 종료 이후에도 기후테크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최근 아산나눔재단과 기후기술 창업가 육성사업인 '이화-아산 유니버시티'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기후테크 창업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문화 확산, 기업가정신을 갖춘 기후기술 창업팀 양성 등의 분야에서 협업한다. 아산나눔재단은 2년간 10억 원을 지원한다.
아산나눔재단 관계자는 “기후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 실현을 선도하는 기업 출연을 위해 보다 많은 사회적 자원이 기후테크 분야에 투입되는 순환이 필요했다”면서 “학계, 현장 전문가 등과 협업해 대학을 중심으로 청년 기후기술 창업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해부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협약은 학부생과 대학원생 학생 창업가 발굴에 중점을 뒀다. 이에 아산나눔재단은 기후 취약 지역사회 문제와 에너지 시장의 수요를 이해하는 지오·카본·클린테크 창업팀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과 환경공학전공 교과목을 통해 기후테크 창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기후테크 창업동아리를 지원해 실제 학생들이 기후테크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민배현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이화여대는 국내 최초로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취지로 기후와 에너지를 함께 강의하는 학부와 대학원을 운영해 왔다”며 “기업에서 이런 측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대학의 학생 창업 지원 등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기후테크센터의 주도로 다양한 기후테크 분야 발굴에 나섰다. 기존의 기후테크는 기후기술이라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거나 실증하는 연구개발(R&D)에 국한됐다. 기후테크센터는 연구 영역에 머물러있던 기후테크를 산업과 결부해 실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벤처투자 기업인 소풍과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산업 전반에서 기후테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산업계와 대학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논의해보자는 취지다.
기후테크센터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후테크센터는 대한상의가 민간 탄소시장의 감축을 유도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기업을 연결한다. 이와 함께 기후테크 산업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을 매칭한다. 다양한 벤처사가 참여하면 추후 자금 조달, 인력 참여,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기후테크센터는 전문가들과 산업영역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연구를 진행하면서 내년부터 학부생대상 교과목 신설을 기획 중이다.
기후테크가 신산업 분야인 만큼 인식 제고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수종 기후테크센터장은 “기후테크 분야를 분석해보면 반 이상은 기존에 존재하던 산업이지만 기후테크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분류가 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금융권과 간담회를 했을 때도 기후테크 기금을 마련했는데 대출받으러 오는 기업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공모전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기후테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며 “당장은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보다 기후테크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확산시키고 왜 필요한지 인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기후테크 산업 동향 및 우수 기업 사례를 통해 본 성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 기후테크 산업 규모는 1480억 달러(약 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기후테크 유니콘기업은 총 83개로, 기업의 총 가치는 약 1800억 달러로 평가받는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