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동물병원 등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을 전용 소각장이 아닌 일반 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류석현)이 99.9999% 완벽한 멸균 처리가 가능한 의료폐기물 처리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방우 도시환경연구실장팀, 기술이전 기업인 바이탈스 연구팀이 이룬 성과다. 연구진은 시간당 100㎏ 이상을 처리하는 완제품을 개발했으며, 충남대 병원에서 실증까지 마쳤다.
현재 전국 전용 소각시설은 13곳뿐이며, 병원은 전문 업체를 이용해 의료폐기물을 가장 가까운 소각장으로 이동시켜 처리한다. 제주도 등 섬에서는 비행기로 소각장까지 운반해야 해 감염 위험성이 높고, 경비 부담이 크다.
개발 기술은 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직접 멸균 처리한 후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것으로, 감염 위험성을 차단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병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을 고온 멸균 기술, 고압 증기 방식으로 처리한다. 고온 증기가 폐기물 내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도록 분쇄하고, 온도를 높여 멸균효과를 향상시킨다.
세계 최고 수준인 138도에서 10분, 또는 145도에서 5분 이상 처리해 기존 대비 33% 정도 멸균 시간을 단축했으며,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부터 99.9999% 멸균 성능을 확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NeT) 인증서도 받았다.
크기나 배치 상태를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개발했으며,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해당 기기 설치와 사용 승인을 받았다. 병원의 규모나 내부 공간 규격에 맞게 설치 기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방우 책임연구원은 “의료폐기물 고온·고압 증기 멸균 기술은 완전 밀폐 환경에서 거의 모든 감염균을 박멸하는 방식”이라며 “이 기술을 향후 감염 동물 사체의 멸균 처리기술로도 확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석현 원장은 “출연연으로서 국가적 난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연구원 기업지원 사업으로 개발된 기술을 대전시 소재 산·학·연·관이 협력해 실증까지 마쳐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지역 연계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국민 건강과 안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