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8월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680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 받는 제품으로, 4680 공급망 진입이 곧 기술경쟁력의 척도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결정, 주요 협력사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4680은 지름 46㎜·높이 80㎜의 원통형 전지로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제품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이상 늘어난다. 규격과 성능이 달라지는 만큼 소재는 물론 케이스, 용접 방식 등이 크게 달라진다.
◇ 달라지는 소재부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배터리 외관을 둘러싸는 '캔 케이스'다. 캔 케이스 안에는 양극과 음극이 배치되기 때문에 배터리 안정성과 직결된다.
LG 4680 캔 케이스는 동원시스템즈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시스템즈는 동원그룹 산하 종합포장재 회사다.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를 생산하는 오창 공장의 초도 양산 물량을 동원시스템즈가 단독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캔 케이스 원재료가 되는 니켈도금강판은 TCC스틸이 공급할 전망이다. 회사는 원통형 배터리용 도금강판을 독점적으로 납품해온 회사다. 4680은 기존 대비 배터리 크기가 커진 만큼 니켈도금강판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4680의 핵심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재는 엘앤에프가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을 결정짓는 소재다. 배터리 구성 소재 중 가장 비중이 큰 소재로, 엘앤에프는 LG 4680 배터리 양산 일정에 맞춰 6월부터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4680에 들어갈 전해액은 엔켐이 유력하다. 4680 배터리는 출력이 커지면서 이에 맞는 새로운 전해액이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켐은 전해액 전문 회사로, 현재 국내외 업체 중 4680 사양을 충족할 수 있는 전해액 업체는 엔켐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이 외 4680에는 실리콘 음극재 탑재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리콘 음극재는 충전 속도를 단축할 수 있는 소재다. LG 4680 배터리의 핵심 고객사로 알려진 테슬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중국산 소재 대체를 추진하고 있어 국산 실리콘 음극재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주목할 장비는
배터리는 소재와 부품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동일 소재와 부품이라도 얼마나 많은 양품을 출하할 수 있느냐가 생산경쟁력이다.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책임지는 중요 장비로는 와인더(권취기)가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극 공정을 마친 양극와 음극 극판을 돌돌 마는 '와인딩'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핵심 장비인 와인더는 코엠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4680은 기존 2170 대비 크기가 커지면서 와인딩 기술 난도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활성화 공정 장비는 에이프로, 엑스레이 검사 장비는 이노메트리가 각각 맡는다.
활성화는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작업으로, 전해질이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일정 조건에서 보관(에이징)하고 충방전을 반복 진행한다. 에이프로는 국내 활성화 장비 전문 업체며, 이노메트리는 검사장비 전문 회사다. 엑스레이를 통해 배터리 속을 들여다 본 후 이물이나 불량 여부를 확인한다. 생산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검사 장비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레이저 노칭이 중요할 전망이다. 노칭은 절단된 전극을 배터리 모양에 맞춰 재단하는 공정으로 현재 이차전지 노칭 분야에서는 금형을 활용한 프레스 노칭 방식과 레이저 노칭 기술이 경합하고 있다. 4680 배터리는 2170 대비 전자 이동 통로인 탭 숫자가 늘어 레이저 노칭이 필수적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청주 오창 공장에서 4680 배터리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LG가 만드는 4680은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양산을 시작으로 향후 미국 애리조나 공장과 중국 난징 공장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양산이 본격화되면 규모가 늘어 보다 또 다른 회사들이 공급망에 추가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