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중심이 되어 시작된 '인간 유전체 사업(HGP)'은 인간 유전체를 구성하는 DNA 염기서열(시퀀스) 전체를 해독하는 대형 연구사업이다. 1993년 이후 이 연구사업에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의 국가가 과제에 참여했다. 국제 인간유전체 기구(HUGO)가 구성되며 연구 속도와 정확성이 향상됐다.
2000년 6월에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연구 책임자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 등은 인간 유전체 해독 초안 완성을 선언했다. HGP 결과물은 2003년 4월에 각각 국제적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1953년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지 정확히 50년이 되는 해였다. 다국적 사업단이 10년간 30억달러를 들여 완성한 인간 과학계의 큰 이정표가 세워진 사건이었다. 하지만 HGP는 전체 인간유전체 중에서 약 92%만 규명된 것이었다.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인간유전체연구소(NHGRI)가 주축이 되어 남은 약 8%의 염기서열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2020년 3월, 마침내 인간유전체 전체를 해독했다는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1984년 미국 과학자들로부터 인간유전체 해독이라는 아이디어가 제안된 이후, 인간유전체 해독이 완성될 때까지 약 36년 동안 유전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통계학, 생명정보학, 보건학, 역학, 컴퓨터공학을 비롯해 기계공학, 의약학, 생명윤리학 등 자연계열 학계의 거의 모든 분야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HGP가 완성되자 일부 선지자를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은 마치 유전학을 정복이라도 한 듯 이곳저곳에서 섣부른 자기 주장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야 건물을 짓기 위한 건축 및 토목 자재가 마련된 셈이었고, 기능적 건물을 완성하기 위해 매우 정교한 설계도 수정이 필요한 초기 과정이었다. 인간유전체 염기서열의 의미와 원리를 융합 분석을 통해 의학과 약학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규명하고 헤쳐 나가야 할 과정이 매우 많다.
2003년에 완성된 인간유전체 표준 염기서열은 한 개인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5명의 염기서열을 조합해 분석한 참조 서열이다. HGP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연구자들은 사람의 전체 염기서열은 공통적으로 약 99%가 동일하고 약 1%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2002년 10월 27일부터 미국, 영국, 유럽, 중국 및 일본이 참여해 '국제 햅맵 프로젝트'라는 국제 생명과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간 염색체 한 가닥(반수체, Haploid)을 지도화하는 과제다. 이 프로젝트 목적은 인간 유전체의 반수체형 지도를 만들어 인간의 유전적 변이의 공통된 패턴을 분석하는 데 있었다. 이 프로젝트 결과는 질병, 약물반응, 환경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를 찾는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 세계인이 참조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결과자료를 배포했다. 햅맵 프로젝트 분석대상 집단은 흑인종(나이지리아 이바단 지역 거주인 30명), 백인종(북유럽, 서유럽 계열의 미국 거주인 30명), 황인종(일본 도쿄 지역 거주인 44명, 중국 베이징 거주인 45명)에 대한 반수체 유전형분석을 수행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두 단계로 진행했다. 첫 단계 결과는 2005년 10월 27일 공개됐고, 2007년 10월에 두 번째 단계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첫 단계에서는 100만개의 유전적 변이(여기서는 SNP으로 정의) 유전형이 분석됐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추가로 210만개의 유전적 변이 유전자형이 분석됐다.
이후 유전적 다양성에 대한 전체 내용을 탐구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미국, 영국, 중국을 중심으로 2008년 시작되었는데 바로 1000 게놈 프로젝트다. 전 세계의 27개 인종, 1029명에 대한 유전체를 해독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이 밖에도 인간 유전체 모든 영역을 분석하는 'ENCODE' Project, 세계 최초로 자발적 참여에 의한 개인 유전체 해독 프로젝트인 'Personal Genome Project', 영국의 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에서 영국인 1만명의 유전체를 해독 및 분석하는 'UK10K Project'가 수행됐다. 최근에는 영국과 일본에서 각각 자국민 10만명 이상의 유전체 해독 결과를 수집한 바이오뱅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은 2014년부터 코리안 지놈 프로젝트를 수행해 2020년 5월, 1094명의 한국인 전장 유전체 분석 결과를 발표했으며 2021년까지 한국인 1만명 이상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가에서는 과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발전된 유전체 분석 장비와 생명정보학적 방법으로 다양한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가 수행 중이다. 필자는 앞으로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의 유전체 해독 결과가 현재 어떤 분야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이용될 것인지 소개할 것이며 그 장점과 단점도 리뷰하겠다.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 shindj@medizenca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