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7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사교육 대책을 발표하고 물가상승률 이내로 사교육비를 관리하겠다고 밝혔으나 킬러문항 논란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체 사교육 규모가 3년 연속 커졌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 약 3000개교 학생 7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2000억원(4.5%) 증가했다.
전년 대비 학생 수는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7만명 줄었으나 사교육비 총액은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은 전년(10.8%)보다 줄어들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학생 수가 감소했음에도 참여율과 참여시간이 증가했지만 증가세는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6%를 기록했으며 통계청이 분석한 실질 상승률은 0.8%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증가세는 고등학생이 주도했다. 고등학교 사교육 총액은 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증가율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이는 지난해 6월 '킬러문항' 논란으로 수능 출제 기조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의대 열풍이 이어지면서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백하게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일부 혼란이 있었다”며 “다만 전체 사교육비 증가율 자체가 꺾였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출생아 수가 많았던 2007년생들이 고1로 진학한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4.3% 증가한 12조4000억원, 중학교 사교육비는 1.0% 늘어난 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 86.0%, 고등학생 66.4%로 각각 전년 대비 0.8%포인트(P), 0.5%P 증가했다. 중학생의 참여율은 75.4%로 전년 대비 0.8%P 감소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해 EBS 중학 프리미엄이 무료로 전환되면서 중학생 31만명이 혜택을 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과목별로는 일반교과와 예체능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일반교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6000원, 참여 학생 기준 51만8000원으로 각각 5.3%, 5.7% 증가했다.
전체 학생 기준 지출 규모는 영어 12만8000원, 수학 12만2000원, 국어 3만8000원, 사회·과학 1만9000원 순이었다. 증가율은 국어(11.1%), 사회·과학(8.2%), 수학(5.6%), 영어(3.8%) 순이었다.
또한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고등학생의 경우 성적이 상위권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컸다. 월평균 가구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구간의 사교육비 지출은 67만1000원이며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18만3000원으로 최저였다.
학교 성적이 상위 10% 이내인 학생은 월평균 61만6000원을 사교육에 지출했고 하위 20% 이내 학생은 33만6000원을 지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측했던 것보다 상승세가 조금 더 둔화됐다고 판단한다”며 “내년에는 반드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공교육 체제 내에서 사교육을 대체할 다양한 과제들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