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한진 사장이 책임경영 첫 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본업인 택배업 호조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물류·글로벌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경영 2년차를 맞은 조 사장에게 신사업·체질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14일 한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진은 연결기준 매출 2조8075억원, 영업이익 122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61억원으로 50%가 줄었다.
택배사업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진 택배 매출은 1조3828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전체 매출 대비 택배 사업 비중은 57.6%에 달한다. 중국 e커머스 테무 물량을 전담하고 알리익스프레스 물량도 일부 흡수하면서 처리 물량이 늘어난 데다 연초 가격 인상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다.
반면 물류·글로벌 사업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한진 물류 매출은 1조913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고 글로벌 사업 매출도 3334억원으로 17.1% 줄었다. 주요 화주 물량 감소와 운임 하락 영향을 받았다.
조 사장이 직접 이끌고 있는 플랫폼 사업도 성과가 미진하다. 출시 2년차에 접어든 글로벌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훗타운'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훗타운 모바일(iOS+안드로이드)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8779명에 그쳤다. 크로스보더 시장 선점을 위해 야심차게 꺼내든 신사업이지만 사용자 수 확대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등기임원으로 처음 합류한 조 사장이 올해 산적한 과제를 풀고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중국 e커머스 물량 유치로 선방했지만 올해는 최대 고객 쿠팡이 떠난 빈자리를 메꿔야 한다. 또 택배업에 치우친 수익 채널을 다각화하고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한진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광고업을 택했다. 오는 3월 주총에서 '광고업 및 광고대행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포함시키는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기존에 운영 중인 택배·플랫폼 등 물류 채널에 광고업을 더하는 방식이다. 중소 셀러를 위한 온라인 택배 서비스 '원클릭 프로'도 새롭게 개시한다.
재무구조 개선은 시급한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급증했다. 지난해 금융비용도 1207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부분을 지출한 수준이다. 한진은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를 중심으로 한 물류 효율 제고, 비효율 사업 정리 등을 통해 체질 개선을 추진할 전망이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