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타트업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3200개에 달하는 미국 스타트업이 줄도산을 맞았다. 국내 스타트업도 예외는 아니다. 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음에도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146개에 이른다.
과거 스타트업 호황기 대다수 스타트업은 마케팅과 영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신규 고객을 늘리고 매출액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엔데믹과 동시에 미국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비용 대비 효과는 떨어졌다. 많게는 수 십조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매출 성장세에도 파산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비용 효율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업계에선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사업모델과 '미래 성장성'보다는 마케팅과 영업 등 내부 비용을 통제해 영업이익을 높이는 전략을 기대하고 있다.
필자의 올해 목표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이다. 반응은 대개 놀라움으로 시작해 의문형으로 끝난다. 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스타트업이, 그것도 월 5만원도 안 되는 구독 서비스로 BEP를 맞추겠다고 하니 그럴 법도 하다.
그동안 스타트업이 BEP를 넘기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이렇다. 솔루션 개발에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이상적인 고객 프로필(ICP)을 찾아 제품의 시장 적합성(PMF), 더 나아가 고객, 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 적합성(PMP)을 검증하기까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기업간 거래(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자타공인 'B2B SaaS 덕후'로 현재 사용 중인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이를 통해 5~6명이 할 일을 혼자 뚝딱 해낸다.
이를 테면 '버블'과 '프레이머' 같은 노코드 소프트웨어(SW) 개발 플랫폼을 활용하면 개발자 없이도 서비스 기획부터 출시까지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 개발 공수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리드 고객에게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 PMF를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 위한 GTM(Go-to-Market)의 경우는 '줌인포'를 활용할 수 있다. 잠재고객과 GTM 시 고객에게 접근하는 절차를 효율화한 구독형 솔루션이다. 또 '피그마'와 '코드펜'은 비전문가도 웹이나 앱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게 해주고, '캔바'와 '미리캔버스'를 이용하면 누구나 전문가급 디자인 실력을 뽐낼 수 있다. '아이씨'도 재무관리 B2B SaaS 스타트업으로, 자체 개발한 AI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3분 만에 CFO급 재무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한 고객사의 고정비 절감 효과는 약 89%에 이른다.
비용을 최소한으로, 효율적으로 태우며 개발부터 마케팅, 영업, CS까지 커버가능한 B2B SaaS가 쏟아지는 요즘, 자원이 극한으로 제한적인 스타트업으로서 이 같은 서비스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고 인력 위주의 프로세스로 사업을 지속한다면 빠른 BEP실현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2024년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재빨리 PMP fit을 찾아 유료전환율을 높여서 BEP를 넘기는 것이다. B2B SaaS 활용 능력이 스타트업의 미래와 생존을 결정한다.
에이미 리 아이씨(Aicy) 대표 bm.lee@aicy.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