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와 동맹 휴학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대량 유급 상황을 막기 위해 대학들은 개강 연기나 보충 수업 등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마지노선 시점이 다가오면서 대학의 고심도 깊어진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의대생 유효 휴학계는 누적 6051건으로 전체 의대생의 32.2%를 차지했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6개 대학으로 파악됐다. 대학들은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휴학계 승인을 검토해야 한다고 하지만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집단 수업 거부가 이어지면서 대학가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A대 관계자는 “개강을 계속해서 미룬 상황인데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학은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라며 “3월 말이 마지노선인데 복귀 후 수업 진행도 그렇고, 의대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여러모로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첫 유급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말부터 수업을 거부했던 한림대 의대생 중 본과 1학년 83명이 최근 유급 통보를 받았다. 1월 19일 개강한 해부학 수업에 3주 넘게 결석하면서다. 한림대 측은 학칙상 유급에 해당하지만 유급되지 않도록 학사일정을 최대한 조정하는 등 대책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가천대는 학생들에게 개강 일정을 25일로 공지했고, 성균관대도 지난달 28일이었던 개강을 연기해 3월 말로 미뤘다. 29일까지 개강을 미룬 중앙대는 다음 달 1일 학사 일정이 시작된다. 가톨릭대도 일정을 미뤄 본과는 다음 달 8일, 예과는 15일 개강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학사 일정을 계속해서 미룰 수 없다는 점이다. 대학이 휴학계를 승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생들이 계속 수업을 거부하면 집단 유급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는 대학 수업 일수를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규정한다. 의대 본과는 실습까지 더해 수업 일수가 40주를 넘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3월 말에는 1학기 수업을 시작해야 수업 일수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예외는 있다. 천재지변 또는 그 밖에 교육과정의 운영상 부득이한 사유로 학교 수업 일수를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매 학년도 2주 이내에서 학교 수업 일수를 감축할 수 있다. 다만, 교육부는 “동맹 휴학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 B대 총장은 “3월 말까지 개강을 미뤄놓긴 했지만 하루 빨리 안정됐으면 좋겠다”며 “의대생도 대학 소속이고, 전공도 대학의 학사 일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대학이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당부하며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 13일 전북대 방문에 이어 14일에는 가천대를 방문해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휴학은 허가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학생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교육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