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과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두고 갈등을 보였던 시민사회가 위성정당 참여를 위한 연대를 사실상 파기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파열음이 이미 예고됐던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정치시민사회 국민후보추천심사위(시민사회심사위)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오늘 심사위가 재추천한 임태훈 후보를 더불어민주연합이 또다시 부적격 판정했다”면서 심사위원회 상임위원 10명이 모두 사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새진보연합·진보당·시민사회 세력 등을 모아 범야권 비례정당인 민주연합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추천한 인물이 민주연합으로부터 대부분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갈등이 생겼다.
시민사회심사위는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구례군농민회장 등을 각각 여성 1·2위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와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남성 1·2위로 선정한 뒤 이들을 시민사회 몫 국민후보로 추천했다.
이중 여성 후보 2명은 반미 전력 논란 속에 자진사퇴했고 임 전 소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따른 1년 6개월의 실형을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임 전 소장과 시민사회심사위는 재고를 요청했지만 민주연합 측은 병역 기피에 따른 국민 정서를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특히 민주연합은 병역 문제에 민감한 2030 청년 남성층의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심사위 상임위원이 모두 사퇴한 배경이다.
시민사회심사위는 “더불어민주연합이 임태훈 후보를 부적격 판단한 이유가 '병역기피'라고 했다. 말이 안 되는 처사고 인권을 내치고 차별을 용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과 시민사회의의 파열음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사회와 정당의 심사 기준이 달라 시민사회 측의 후보 검증이 상대적으로 빈약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시민사회 몫 후보 추천 과정에서 국민투표(문자투표)보다 심사위원 점수가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에서 사실상 시민사회 일부 인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의 시민사회 몫 후보들이 당선 이후 국회에 입성해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켰던 것을 시민사회와 민주당의 후보 추천을 둔 줄다리기가 이어진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략본부·홍보본부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적 국민 정서·상식에 맞는 기준에 맞춰야 한다”면서 “20대 남성이 군대에 가는 것에 대해 이들이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입대를 하는 것인데 어떤 이유든 (병역을) 기피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한웅현 민주당 홍보본부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것과 대표를 뽑는 건 다른 얘기”라고 부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