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해외 e커머스 '안전 사각지대' 해소해야

고형석 한국소비자법학회장(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
고형석 한국소비자법학회장(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

소비자기본법에서는 소비자의 8대 기본적 권리 중 첫번째로 소비자 안전권을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는 물품 또는 용역으로 인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는 소비자가 소비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소비자 안전임을 천명한 것이다.

소비자는 사업자로부터 물품 등을 제공 받아 소비 생활을 영위한다. 물품에 위해성이 존재할 경우 소비자의 생명 또는 신체 등에 대한 피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특히 생명 또는 신체 피해의 경우에는 사후적인 구제가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안전보장의무는 국가·지방자치단체·사업자의 기본적인 책무로 규정된다. 실효성을 위해 제품안전기본법, 식품안전기본법 등 다양한 소비자안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 안전 확보는 국민인 소비자의 생명 또는 신체 등에 대한 보호를 의미하지만 최근 거래 환경 변화에 따라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0세기 말 이후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비자가 재화를 구입하는 주된 방식이 되었으며 하나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이뤄지는 가상 공간은 국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해외 사업자와 쉽게 거래할 수 있다.

특히 해외 플랫폼을 통한 국제 소비자 거래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계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기초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하는 주된 온라인 플랫폼이 되고 있다.

물론 소비자가 양질의 물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이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킴과 더불어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일부 해외 플랫폼에서는 국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물품·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된 물품 또는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는 물품 등이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위해 물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소비자는 단지 재산상 피해만이 아닌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는 현행 소비자안전법·제도가 해외 플랫폼을 적절하게 규율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반면 국내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안전법·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위해 물품이 유통되기 어려운 구조다. 설령 위해 물품이 유통되더라도 행정기관 시정 조치 등을 통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회수 등이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소비자 안전 규제에 있어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차별이 발생하고 있으며 소비자 안전권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국경 없는 거래환경 속에서 소비자 안전은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사업자 위치 또는 국적에 관계없이 소비자 안전을 침해할 수 있는 위해 물품이 유통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행 소비자 안전법은 20세기 거래 환경, 즉 국경을 기초로 규제 대상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경이라는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21세기 거래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소비자 안전권이 충분하게 보장되고 있지 않다.

안전 사각지대인 해외 플랫폼에서 소비자 안전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제 정비가 시급히 필요하다. 현재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소비자안전기본법에 국내 사업자 뿐만 아니라 해외 플랫폼 등에 대해서도 규율할 수 있는 내용이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소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고형석 한국소비자법학회장(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 suklaw@kmou.ac.kr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