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선언이 확대되고, 선진국 등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최근의 이상기후 현상을 고려할 때 탄소중립은 반드시 동참해야 되는 세계적 흐름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였다. 간접배출을 포함하여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4%가 건물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건물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건물에서 에너지 소비의 54% 이상이 냉·난방시스템에서 소비되므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고효율의 냉·난방 시스템 도입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유럽에서는 재생열공급의무화제도(RHO), 재생열공급인센티브제도(RHI) 등의 수열에너지를 포함한 재생열에너지 보급확대 정책을 시행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수열에너지 시스템은 물을 열원으로 하여 히트펌프를 이용해 생산된 열을 수요처로 공급하는 재생열에너지 냉난방 시스템으로 정의되며, 연소과정이 필요없는 친환경 에너지이다. 히트펌프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 에어컨과 동일한 원리와 구조의 제품이다. 수열에너지 시스템은 에어컨과 달리 실외공기를 대체하여 하천수 등의 수열원과 열을 교환하는 시스템이며, 일반적으로 실외공기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시스템보다 사계절 에너지 절감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가진다.
재생에너지 활용 선도 국가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수열에너지를 보급하여 기존의 냉·난방 시스템 대비 약 35~80%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수열에너지 공급 시스템은 타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연중 안정적인 열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며, 가스, 석유 등을 이용하는 난방기기보다 최대 68%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하절기에는 대기로 열을 방출하지 않아 도심 열섬현상 방지 효과가 뛰어난 환경친화적인 냉·난방 시스템이며, 냉·난방 전력소비량 저감이 가능하므로 국가 전력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민간 부문에서 2014년 하천수 원수를 활용한 수열에너지 시스템이 롯데월드타워에 설치되어 연간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의 35.8%를 절감하고,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7.7%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한편, 에너지의 수요관리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생산과 함께 재생열에너지 공급의 중요성 또한 증대되고있다. 유럽은 2010년 이후 열 부문의 탈탄소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건물의 냉·난방분야에 재생열에너지를 22.1% 이상 보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국내에서는 열공급 부문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3% 초반인 실정으로, 수열에너지를 포함한 재생열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보급률을 나타낸 재생열에너지인 지열에너지의 균등화열생산단가는 192.4 원/㎾·h이고, 하천수를 활용한 수열에너지의 균등화열생산단가는 128.7 원/㎾·h으로 파악되어, 수열에너지 시스템의 경제성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국내 용도별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에 따르면, 공동주택, 단독주택과 같은 주거용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52.3%로 절반 이상이지만 국내 주거용 건물에 수열에너지 시스템을 보급한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공동주택 등의 대용량 주거용 냉·난방 시스템으로 수열에너지를 보급할 경우, 탄소중립 목표 달성 뿐 아니라 우수한 경제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저감시켜 국민 에너지 복지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건물부문에서 2030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2.8%를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공공건축물 신재생설비 설치 의무화제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와 인증 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경우 수열에너지 시스템과 같이 고효율의 재생열에너지 냉·난방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수열에너지 시스템은 2022년부터 제로에너지 빌딩 냉·난방 설비의 하나로서 인정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해수표층수와 하천수만이 법정 재생에너지로 편입되어 있는데, 하수 등 다양한 수열에너지원을 법정 재생에너지로 추가 편입하고 재생열공급의무화 제도를 수립하는 등 수열에너지 시스템의 보급 기반 확대를 통해 건물 부문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제성이 양호한 수열에너지를 활용하여 주거, 상업 및 산업 분야에서의 재생열에너지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함께 산업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확대하고 국민 에너지 복지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민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 부회장
〈필자〉 미국 국립표준과학연구원 열장치 그룹의 연구원을 시작으로 재생열에너지 및 건축·기계설비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다. 대한기계학회 플랜트 부문 및 열공학부문 등의 이사, 대한설비공학회 총무이사 및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 센터 '신·재생에너지코리아' 부좌장, 한국환경공단 기술자문위원 등의 활동을 통해 수열에너지를 포함한 설비분야의 정책 수립 및 연구 개발과 보급 제도 수립을 통해 재생열에너지 산업화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국립 한밭대에 재직 중이다. 국제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Air-Conditioning and Refrigeration' 에디터, 한국 신·재생에너지 학회 이사, 서울특별시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생열에너지와 기계설비 분야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과 국토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23년 3월 수자원 보전·관리와 수열에너지 정책 수립·연구 개발·보급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