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가 최신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유로7'를 확정했다. 당초보다 완화된 유로7이 의회 문턱을 넘어 내연기관차 수명이 길어질 전망이다. 연간 유럽 판매량이 100만대가 넘는 현대차·기아에 완화된 유로7은 수익성 측면에서 호재다.
유럽의회는 유로7 배출가스 기준과 관련, EU 집행위원회와 합의한 내용을 통과시켰다. 본회의에서 찬성 297표, 반대 190표, 기권 37표로 잠정 합의안을 채택했다.
잠정 합의안은 지난해 12월 마련됐다. 앞서 EU는 2022년 말 사실상 내연기관차 종식을 의미하는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 유로7 초안을 내놓았다.
유로7 초안에 따르면 2025년까지 유럽에 판매할 모든 승용차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현행 80㎎/㎞(유로6)에서 60㎎/㎞로 줄여야 했다. 배출량 요건 준수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2배 이상 늘렸고, 규제가 없던 브레이크 입자 배출, 타이어 미세플라스틱 배출 기준 등도 추가됐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는 곧바로 강력한 자동차 산업 종주국의 강한 반발이 부딪혔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완성차 업체가 투입할 막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효과가 무용지물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유로7 초안을 비판했다.
독일 등 유럽 내 주요 완성차 공장을 보유한 회원국도 “유로7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규제”라며 완화를 요구했다.
결국 EU는 승용차 배출가스 부문에서 유로6 기준을 크게 넘지 않는 수준으로 완화된 유로7을 수정했고, 의회가 최종 의결함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유로7 기준은 배출가스를 유로6 수준으로 유지하되 측정 기준을 강화하고,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며 발생하는 미세입자 등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마련했다. 전기차와 수소차도 유로7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유로7 실제 시행은 승용·승합차는 발효 30개월 뒤, 버스·트럭 등 상용차는 48개월 뒤부터다.
완성차 업계에 완화된 유로7 도입은 호재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의 수익성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현대차·기아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적절히 유지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에서 전년보다 4.3% 증가한 110만6467대를 판매해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그룹에 이어 현지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는 내년 이후 유럽에 출시될 신차부터 모두 유로7에 대응하도록 개발 중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