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총괄하는 별도 지역본부 'LGESQ'를 신설했다. 국가 차원의 투자가 활발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거점을 마련, 대규모 정부 입찰과 현지 사업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전자도 새로운 사우디 정부 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사우디 현지법인과 별도로 지역거점조직 신설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사우디 리야드에 새로운 중동·아프리카 지역 B2B 사업 거점인 LGESQ 법인을 신설했다. 해외 사업을 담당해온 김형준 법인장을 발탁하고 관련 조직을 꾸리고 있다.
LG전자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앙골라,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나이지리아, 튀니지,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이스라엘에 현지법인과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각 국가에 따라 판매·생산·서비스를 달리 운영한다.
LG전자는 사우디에서 에어컨 생산법인과 전자제품 판매·용역서비스 법인을 모두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LG전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중동·아프리카 지역 핵심 거점으로 운영해왔다. LGESQ를 신설하며 중동·아프리카 핵심 거점을 추가하게 됐다.
LGESQ 신설은 올해 1월 1일부터 새롭게 적용하는 사우디 정부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부터 다국적 기업이 사우디에 중동지역본부를 두지 않으면 정부조달 프로젝트 입찰을 제한하는 '사우디 중동지역본부 유치정책(RHQ)' 시행에 돌입했다.
RHQ 프로그램은 사우디에 중동지역본부를 둘 경우 기존 사업 라이선스와 별도로 RHQ 라이선스를 확보하도록 한다. 라이선스 취득 1년 내에 15명의 본부 직원을 채용하고 투자부에서 지정한 필수 활동을 이행해야 한다. 사우디 내 지역본부를 설립하지 않으면 정부기관이나 정부 에이전시와 계약할 수 없고, 기업 유통사 등 관련 기업과도 계약이 불가능해진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 시장 공략 의지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리야드 '네옴시티' 전시관을 방문해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 기회를 소개받고 심도있게 논의했다.
당시 조 사장은 “LG전자가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을 앞세워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가전, TV, IT는 물론 모빌리티, 로봇, 에어솔루션,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하자”고 주문했다.
현재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를 포함해 총 8790억달러(약 1176조원) 규모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RHQ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중동·아프리카 지역총괄을 두바이에 두고 사우디 판매법인(SESAR)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RHQ에 대응하려면 사실상 신규 지역본부급 조직을 신설해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도 사우디에 별도 조직 신설이 유력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RHQ 시행 유예기간이어서 사우디 현지 사업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지 정부 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