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의사과학자' 키우겠다는데…서울대 되고 포스텍·KAIST는 안 되나

의대 증원 먼저…의대 신설은 후순위로
바이오·의료산업 경쟁력 높일 필요성 높아져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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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신청 대상에서 의대 신설은 제외되면서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포스텍·KAIST 의대 설립도 미뤄지고 있다. 서울대가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극 나서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의대 신설을 계획한 대학 모두 이번 의대 증원에서 소득이 없었다. 기존 40개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이 이뤄지면서 의대가 없는 대학은 정원 확보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의료계의 반발도 크다. 의료계는 “의대 가운데 연구중심의대를 지정해야 한다”며 의대 신설에도 반대하고 있다.

의과대학원을 통해 의사과학자를 육성해 온 KAIST는 서울대보다 앞선 2004년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고 의사과학자를 육성 중이다. 지금까지 약 200명 정도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하며 성공한 교육 커리큘럼으로 인정받고 있다. 30명 이상의 교수진은 물론 의학 평가 인증 시스템 도입했다.

포스텍 역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세계 최초 공학 기반 일리노이 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8년(2+4+2) MD-PhD(복합 학위 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내놨다. 병원과 의과학 융합연구센터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은 “하버드 의대생 절반은 진료하지 않으며, 대학병원에 있어도 진료는 일부만 하고 주로 연구만 하는 경우도 많다”며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임상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임상 수요가 많다 보니 임상으로 몰려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올 초 과기정통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과기의전원 설립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의대 증원 논의를 마친 뒤 의대 신설을 차례대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따라 15명 증원을 신청했다. 이와 별개로 의과학과 신설을 전제로 한 학부 정원 50명을 별도 요청했다. 서울대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서울대는 65명을 추가로 육성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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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후 의사과학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의사과학자 육성은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미국의 MD-PhD 교육과정은 7~8년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을 통해 미국은 전체 의대생의 4% 정도를 기초연구자로 양성하고 있다. 국내 의대 및 의과전문대학원 졸업생 3000여 명 중 배출되는 의사과학자는 1%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과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의사과학자 수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바이오·의료산업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메디컬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지난 14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포스텍과 안동대 의대 신설 정원을 요청하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반도체·휴대폰·자동차를 대신할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이 관건이며, 의사과학자 양성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일 교수 역시 “과거 우리나라도 기초의학 전공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며 “의사과학자 양성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