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양촌읍 소재 학운 3산단 내 한국전력 경인 물류센터를 찾은 18일 오전. 머릿속 이미지와 달리 쾌적한 환경의 창고형 건물 4동이 나란히 서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4만㎡ 규모 부지에 들어선 이곳은 수도권 전력 기자재 공급을 책임지는 거점이자 한전 최초의 첨단 물류센터로 지난해 2월 개소했다. 한전은 전국 14개 권역별 물류센터를 운영하다 서울, 남서울, 인천, 경기 북부 4개 본부의 자재센터를 경인 물류센터로 통합했다. 첨단화를 통해 물류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 아래 8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1년이 지난 지금 한전은 투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연간 60억원의 재고 관리 비용 절감과 더불어 부지면적, 운영인력, 재고 금액이 각각 43%, 30%, 60%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사물인터넷(IoT), 로봇 물류 등 디지털전환 투자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선진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센터는 사무동 1개와 물류동 4개(A·B·C·D)로 구성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변압기 입출고 자동화를 구현한 B동. 경인 물류센터 디지털 혁신의 집약체로 불린다.
입구에 들어서자 흡사 아파트 같은 거대한 자동화 랙(RACK)이 눈앞에 펼쳐졌다. 9단짜리 고층 랙은 변압기가 적재되는 공간으로 최대 용량은 3600대다.
변압기 신품이 무인 운반차와 컨베이어를 통해 실내로 들어오자 스태커크레인으로 불리는 로봇이 변압기를 들어 올려 랙 빈 곳에 내려놓았다. 아무 자리나 찾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통해 최적의 보관 위치를 찾는 과정이 수반된다. 크레인은 변압기 제조사, 생산 일자 등 정보를 반영해 적재 공간을 찾는다. 세계 전력 회사 가운데 변압기 입출고 작업을 디지털화한 곳은 한전이 유일하다.
박현석 한전 상생조달처 차장은 “변압기의 바코드를 스캔해 나오는 정보가 전주기 이력 관리 체계와 결합한다”면서 “변압기 생산부터 납품, 출고, 시공, 유지보수,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가장 먼저 들어온 제품부터 나가는 선입선출이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과거 변압기를 옥외에서 평치 저장할 때는 선입선출이 어려워 장기 미사용 제품이 악성 재고가 됐다”면서 “자동화 방식 도입으로 재고 기간을 단축하고 작업자 안전도 크게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각종 전력 기자재 불용품을 보관하는 D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선, 금속 부속재 등 전력 기자재는 구리 등 각종 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수명을 다해도 재활용 가치가 높다. 한전은 지역에서 회수한 불용 자재를 전문 관리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D동은 불용품 판매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무선 저울이 각종 불용 자재를 들어 적재할 때 무게가 측정되고 이는 바로 재고 관리 시스템에 전달된다. 과거 판매, 구매자가 일일이 저울 앞에 서서 무게를 측정하고 서로 동의하에 실어 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측정, 적재 과정을 통합한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곧 불용품 반출 시간 단축, 나아가 관리 인력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외부 차량 진입을 위한 사전 예약 포털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차량 진입을 분산하고 각 차량의 출입 전후 무게 등을 정확히 파악한다.
한전이 물류 센터 통합에 있어 역점을 기울인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센터는 작업 환경 안전성 면에서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공장 곳곳에 설치한 센서, CCTV를 기반으로 사고 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동에 지게차 등이 이동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작업자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바닥에 경고 메시지를 투사하는 게 한 예다. 한전은 AI 기반 지능형 CCTV 투자를 통해 작업자의 부상이나 장구류 미착용 등 행동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경인 물류센터는 저탄소 물류체계 구현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녹색 건축물 인증 취득, 태양광 설비 및 고효율 조명기기 설치에 이어 전동식 충전형 물류 지게차, 재활용 규격 파레트 도입 등으로 연간 650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했다.
오경선 경인 물류센터장(부장)은 “한전은 지역 본부 자재센터를 단계적으로 첨단화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센터 부지 매각, 부동산 개발 수익과 더불어 물류 체계의 효율화, 안전·환경성 재고 등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