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핵심 장비인 증착기를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선익시스템으로 낙점했다. 선익시스템이 8.6세대 증착기를 공급하는 건 처음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는 8.6세대 증착기로 선익시스템 제품을 낙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최종 공급사로 선익이 선정됐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선정돼 구체 계약이 추진 중이고 상반기 중 구매발주(PO)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증착기는 OLED 양산의 핵심장비다. 증착은 유기물을 가열하는 방식으로 기판에 붙여 픽셀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8.6세대(2290㎜×2620㎜)는 유리원장의 크기를 의미한다. 기존 6세대(1500㎜×1850㎜) 대비 면적이 2배 이상 크다. 생산효율성이 높아 큰 사이즈의 OLED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BOE는 유리원장 기준 월 3만2000장 분량의 8.6세대 정보기술(IT)용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중국 사천성 청두첨단기술지구에 구축하고 있다. 3만장은 하프컷 증착장비 기준 4대가 필요한 규모다. 선익이 일부 또는 전량을 수주했는지 구체적 물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OLED 증착기가 양산라인에 투입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OLED 증착기는 그동안 일본 캐논토키가 독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모바일용으로 만드는 6세대 OLED는 모두 캐논토키 장비를 사용 중이며, LG디스플레이가 애플워치용으로 만드는 6세대 OLED 라인에서만 선익 장비가 쓰이는 정도였다.
시장선점 효과와 양산라인에 적용되면서 쌓은 안정성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인 데, 8.6세대에서는 이를 뒤집어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 김기현 이사는 “지금까지의 증착기 판도를 뒤집는 사건”이라면서 “캐논토키의 독점 구도를 깨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익시스템은 LG디스플레이와도 8.6세대 증착기 적용을 협의해와 투자를 확정할 경우 추가 수주 및 공급이 예상된다. 이 경우 8.6세대 증착기는 캐논토키 (삼성디스플레이) 대 선익시스템(BOE와 LG디스플레이)으로 나뉘어 판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8.6세대 OLED(리얼 RGB 기준)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기술이다.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의 LCD를 OLED로 대체할 수 있는 핵심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 간 한·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익 증착기는 LG디스플레이가 먼저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사 자금 사정으로 투자가 지연되면서 BOE가 먼저 사용하는 상황이 됐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