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나 휴대폰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 원재료인 리튬이 99.5% 이상 고순도로 정제되어야만 이차전지 생산효율과 성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리튬 원료가 어느정도 수준으로 정제되어야 전지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합니다.”
최근 김용태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리튬 원료의 순도가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 및 성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관련 학계 및 산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리튬순도가 곧 성능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180도 바꾸는 역설적 연구 성과라는 점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셀 메이커들이 설정해 놓은 양극재 순도 스펙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리튬 정제 과정 간소화로 배터리 단가를 낮추고, 더불어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차전지 셀 메이커들은 양극재 소재업체에 일정 순도 이상을 만족하는 제품을 요구합니다. 양극재 순도 스펙은 사실 기업비밀인 경우가 많지만 양극재 소재업체마다 셀 메이커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 위해 원료 메탈의 불순물 제거 공정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합니다. 이는 고스란히 배터리 단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이차전지 소재업체들은 최소 99.5% 이상 순도를 갖는 리튬 원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연구를 통해 리튬 원료 내 약 1%의 마그네슘 불순물이 오히려 공정 효율을 높이며 이차전지 수명까지 더 늘린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 연구팀은 1% 마그네슘 불순물이 포함된 리튬이 이차전지의 생산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각각 19.4%, 9%까지 낮춘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김 교수는 “연구결과로 볼 때 셀 메이커들은 현재의 양극재 스펙이 과다한 것은 아닌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 가격이 변동성이 높아 가격 상승시기에는 소재업체의 영업손실은 물론, 배터리 가격 상승 등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덜 정제된 리튬으로 생산 비용을 줄인다면 중국의 저가공세에도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용태 교수의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