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현장] '시간 선넘는 말맛 공감' 연극 그때도 오늘 (리뷰)

극단 간다 20주년 기획, 이희준·최영준 등 6인캐스팅
감정마술사 이희준·말맛매력 최영준…각각 매력 체감
티키타카 속 역사비극·소통공감 조명
시간 선 넘나드는 유재하 음악 인서트

연극 ‘그때도 오늘’ 1920년대 장면 - 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그때도 오늘’ 1920년대 장면 - 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한국 근현대사 시간의 선을 넘는 말맛과 공감의 티키타카가 '그때도 오늘'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올해 봄 대학로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상연중인 연극 '그때도 오늘'(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을 취재했다.

'그때도 오늘'은 2022년 초연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작의 오리지널 공연으로, 1920년 일제강점기, 1940년대 광복 직후, 1980년대 민주화 시기, 2020년대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네 가지 시점 배경과 함께 당대 인물들의 생각과 현실들을 2인 구도로 보여주는 옴니버스형 2인극이다. 올해는 극단 간다의 20주년 기획공연으로, 최영준·오의식·박은석(이상 남자1 역), 이희준·양경원·차용학(이상 남자2 역) 등 6인의 연기로 펼쳐진다.



취재 당일 무대는 올해 초연인 이희준(20년대 용진, 40년대 윤삼, 80년대 해동, 2020년대 문석)과 신규 캐스트 최영준(20년대 윤재, 40년대 사섭, 80년대 주호, 2020년대 은규) 등 2인 조합으로,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감정 호흡이 느껴지는 무대 향연이 비쳤다.

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감정 이희준·말맛 최영준, 방언 티키타카 속 역사비극 무게감' 전반부

전반부는 다소 무거운 배경색과 함께, 역사적 비극에 따른 대중정서를 진하게 묘사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유재하 대표곡 '그대 내 품에' 주요 부분을 도입부로 시작되는 1920년 경성 주재소 배경의 첫 에피소드는 고문을 당한 이후 의자에 결박된 채 갇힌 용진(이희준 분)과 윤재(최영준 분)의 대사 흐름으로 펼쳐진다.

어두운 붉은 조명 아래 중간벽을 사이에 둔 채 나란히 앉은 상처 분장의 두 사람은 극 초반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평양 사투리를 더한 담백한 어조의 윤재와 웃음-울음의 중간 점을 절규하듯 표현하는 용진의 티키타카는 제암리 사건, 조선어학회, 독립군 등의 역사적 이슈들 이면의 정서적 측면들을 짚어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40년대 제주도 배경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윤삼-사섭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제주 4.3사건 당시의 현장들을 풀어낸다. 표준어자막을 배경에 둔 제주 방언 대화 속에서 능글맞으면서도 솔직한 감정을 토해내는 최영준 표 사섭과 냉철한 말들 속에서 잔정을 드러내는 이희준 표 윤삼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특히 격렬한 말다툼에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행동들은 비극적 결말과 함께 안타까운 현대사의 단면을 실감케 한다.

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유쾌 이희준·진지 최영준, 엉킨 실타래 푸는 대화공감' 후반부

후반부는 1980년도 부산, 2020년대 최전방 등의 역사적 선과 그 안에 숨쉬던 연령별 소통의 선을 묘사한다. 우선 80년대를 묘사한 세 번째 에피소드는 5.18민주화운동부터 대통령 간선제 호헌 등 당시 펼쳐진 역사적 이슈들을 배경에 두고, 40대 이상의 월남전 참전용사 해동과 20대 대학생 주호의 시각차와 공감이 대화로 펼쳐진다.

매체 연기로도 비친 이희준의 자연스러운 유쾌 연기와 함께, 다채로운 언어표현을 더한 꼭 맞는 대사 호흡으로 솔직한 당대의 감정을 표현하는 최영준의 궁합은 점점 긴밀해지는 대사 티키타카로 쌓아 올린 감정선과 함께, 좁아지는 불빛에 이어지는 터지는 듯한 오열 연기 신으로 연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서적 공감대와 함께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2020년대 최전방 배경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계급이 다른 두 친구 문석, 은규가 경계근무 중 대화들로 펼쳐진다. 능글맞은 말투와 표정들로 자유분방한 신세대를 표현하는 이희준(문석 역), 묘한 'th' 발음을 더한 말투로 어눌한 듯 단호한 꼰대 느낌을 주는 최영준(은규 역) 두 배우의 교감은 현실적인 유쾌함과 함께, 전쟁과 다툼에 관한 이야기들을 우화적으로 느끼게 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현실전개의 피날레가 주는 시사점의 무게감을 강조하는 바로도 다가온다.

요컨대 연극 '그때도 오늘'은 시간 선마다 배우 2인 사이 감정과 사실나열의 주체가 바뀌는 구조와 함께, 역사적 사실과 대중정서를 깊게 전달하는 유의미한 작품으로 보인다. 또한 몰입감 있는 감정선 조율의 이희준, 다양한 사투리와 말투를 시의적절하고 매력있게 펼치는 최영준 등 영화·드라마 속 인기배우들의 연기강점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무대로서도 주목할만하다.

한편 연극 '그때도 오늘'은 오는 5월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서 상연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