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 마음은 좋은 성과를 일구는 주요 동기다. 하지만 너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못하면 절대 안 된다거나, 너무 많은 것들을 실패로 단정하게 된다. 잘하려는 마음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부작용을 만든다.
과유불급의 이치는 사랑의 영역에서도 적용되며, 부모의 사랑조차도 과함이 저지르는 우를 피하지 못한다. 자녀의 영역을 너무 침범하고, 아이 자체의 욕구와 바람을 무시하며, 부모의 의도와 결정이 주도권을 쥔다. 부모의 간섭과 감시가 커질수록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크는 것 같지만, 아이 본인의 자아와 고유성은 허약해지고 빈곤해진다. 말 잘 듣는 아이는 자기의 생각과 주장이 약해진 아이인 경우가 많다. 성공과 성취를 해내도 자기 자신이 이룬 것이라고 체감하지 못한다. 그럴듯한 성적과 학벌도 자녀의 내적 자신감이 되지 못한다. 그건 부모가 억지로 이룬 것일 뿐이다.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발전했고,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헌신, 참여와 희생이 있었다. 그 과정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으며, 그렇게 다져진 경쟁력으로 세계 무대로 진출해 성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A가 아니라 A플러스를 받아야 하고, A플러스보다 높은 A++(투플러스)등급도 만들어냈다.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잘해야 하고, 아주 잘하는 중에서도 1등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믿음이 우리의 정신 어느 한 편을 채운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더 경쟁력을 가진 존재가 되고, 세계와 경쟁하게 될 가까운 미래를 대비하게 도와주고 싶어 한다. 좋은 학교, 좋은 학벌, 좋은 성적이 미래에도 안전한 삶을 보장해 줄 최소한의 근거라는 믿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이 먼저라는 부모도 있지만, 사회는 점점 더 탁월한 경쟁력을 요구할 것이다. 앞으로는 AI와도 경쟁해야 한다. AI의 발달 속도를 볼 때,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미래는 더더욱 험난하고, 우리 인간에게 불리해질 것만 같다.
양육의 물질적 조건은 확실히 더 좋아졌지만, 좋아진 만큼 비용이 급등했고,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그만큼 더 어려운 목표가 되었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도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가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도록 부모가 더 많은 것을 대신하게 된다.
요즘처럼 애들을 가지기 어렵고, 온전하게 키워내기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느낄 뿐이다. 원래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고, 옛날 사람들도 '아이들이 거저 자라나 주는 조건'에서 살지 않았다. 조금만 과거에도 아기들의 상당수는 어린이가 되지 못했고, 어린이의 상당수가 어른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부모 자신들이 늘 등수로 평가받고, 칭찬보다 충고와 질책을 통해 자랐던 터라 등수에 늘 민감하다. 자녀의 등수만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등수에 집착하기 쉽다. 다른 부모와의 비교가 부모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 불안은 결국 자녀의 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식은 부모가 주는 것만 받아서 성장하지 않는다. 부모가 주지 않는 것도 받아 챙기고, 부모가 아무리 주려고 해도 끝끝내 넘겨주지 못하는 것이 생긴다. 능력과 성품만이 아니라, 습관과 감정 반응도 그렇다. 부모가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것을 해줄 수 없고, 해줘서도 안 된다. 자녀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해내야 그들의 인생이 된다.
“부모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부모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기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위해 뭔가를 해주려고만 하다가 불안해지기보다. 아이들이 불안을 겪을 때 찾아와 마음을 열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마음과 귀를 활짝 여는 것이 더 필요하다.
주현덕 멘탈케어센터 대표 iampiter@naver.com
◆주현덕 대표=자기관리, 스트레스 대처, 행복의 심리 멘탈케어 전문가. 현재 하이브 등 대형 연예기획사 멘탈케어 고문을 맡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멘탈케어 고문도 역임했다.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저자.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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