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환점 맞은 철도 물류…“대륙의 꿈을 안고 더 빠르게”

코레일, 철도물류 전환기 대응 전략
코레일, 철도물류 전환기 대응 전략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올해 신속하고 빠른 철도 물류를 기반으로 지역 확대와 국민 편의성 높이기에 나선다.

국내 철도 물류를 담당하는 코레일은 지난해 새로운 시도를 통한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2024년 철도 물류 활성화 전환기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존 틀을 벗어나 철도 수송이 필요한 산업단지와 수출입 항만 수요 해소를 위해 생산자 및 글로벌선사 등 물류기업과 협력관계 증진에 나선다.

또 밖으로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등과 협력해 중국 등을 통한 국제복합운송을 준비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철도화물 수송 주축을 국가 기간산업 중심에서 생활 물류 등으로 확대, 국민이 더 가깝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철도 물류 인프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빨라지는 철도 화물열차

흔히 볼 수 있는 화물열차에 충당되는 화차 설계 최고속도는 대부분 90km/h이며, 실제 운행 중 선로 곡선부와 경사로 부분 등에서 안전속도 준수를 감안한 평균속도는 약 70km/h 대다.

대표 운행구간인 경부선 부산신항역과 수도권 오봉역 간 운행시간은 6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코레일은 보다 빠른 화물수송 서비스와 적시성 향상을 목표로 속도가 향상된 화차를 도입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해당 구간 총 27회 컨테이너 화물열차 중 74.1%인 20회를 설계 최고속도 120km/h인 고속화차로 운행하고 있으며, 올해 남은 열차와 다른 노선도 추가 전환한다. 이렇게 되면 부산과 수도권간 운행시간은 4시간 58분으로 62분이 단축된다.

현재 시멘트 고속화차를 도입 중에 있으며, 올해 말이면 충북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시멘트 화물 수송 시간 단축도 기대된다.

화물열차가 빨라지면 화물을 보내고 받는 소요 시간이 짧아지고, 열차에 충당되는 화차 회전율이 높아진다. 이는 철도화물 서비스 만족도와 수송 능력 증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물류 경쟁력 향상 및 탄소배출량 감축에도 기여도가 높아진다.

철도 수송분담률 1% 증가 시 국가 물류비 등 사회환경 편익 약 7400억원 절감(t·㎞ 기준, 2017년 한국교통물류컨설팅 철도물류산업 현황조사 연구, 2022년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정책 평가지표 연구사업), 화물열차는 트럭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8%에 불과(1톤 1㎞ 비교, 2022년 국토교통부 제2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하다.

◇철도 물류 인프라 확대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따르면 2024년 말 서해선 송산~홍성, 2028년은 석문산단선(서해안 대산항 인근), 2030년은 포승평택선 등이 건설될 계획으로 화물철도 인프라가 촘촘해 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말 개통되는 서해선 송산~홍성 구간에 평택, 화성 인근 46개 배후 산업단지가 있으며 철도 수송에 적합한 고중량 기계부품, 철강 등 수출입 화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코레일은 신설되는 송산역과 안중역을 서해안권 수출입 물동량 수송 전초기지로 육성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또 기존 건설한 삽교, 군산항, 영일만항 등 컨테이너 야드(CY)를 이용하는 기업과 상생협력 마케팅 성과로 부산진, 광양항, 부산신항 등으로 도로 수송 물량을 철도로 전환하기로 협약하고 지난해 대비 처리 물동량을 약 32.3% 늘렸다.

특히 글로벌선사인 '머스크'와 2022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지난해 부산신항에서 수도권으로 시범수송을 통해 협력사업 실효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연간 1200TEU에 달하는 물량을 협력 물류기업들과 함께 실어 나르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의 철도화물 수송량은 2126만톤으로, 폭우로 인해 발생된 영동선 선로 유실 등 기상이변이 운행일 수 감소와 수송량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11% 높은 2360만톤을 목표로 매년 수송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기획] 전환점 맞은 철도 물류…“대륙의 꿈을 안고 더 빠르게”

◇새로운 물류 사업 도전

과거 철도화물 하면 석탄, 유류 등 에너지 원재료 수송이 중심이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송유관 건설,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도입 등 과정을 거치면서 철도 수송 볼륨이 확연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현재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 광석 등 수송 품목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며 지난 수년간 유지해 왔다.

코레일은 물류 시장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냉동식품류 화물열차 운행이다. 2021년 글로벌 리서치기업 스태티스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리퍼컨테이너(냉장·냉동 기능 탑재)는 전 세계 물류 시장의 절반 가까운 44%를 차지했다.

또 우리 부산신항은 항만 배후 기능이 뛰어나 환적 최적지로 각광 받고 있다. 코레일은 이러한 시장변화를 포착해 연내 리퍼컨테이너 수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발전 연료 우드펠릿(목재 폐기물 활용 탄소배출량 제로 신재생에너지원) 운송량도 늘고 있다.

과거 화력발전소에서 쓰이는 발전용 연료는 대부분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였다면, 최근 산업용 연료 탄소배출량 절감을 위해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고 있다.

철도가 아닌 도로로 수송할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생산부터 물류 등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시키는 탄소배출량을 관리하는 제도인 '스코프3'를 채택하고 있어 단순히 연료만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제품을 운반하는 과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기업은 철도를 선택하는 것이 추세다.

도심권 지하철역 유휴공간을 활용해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철도 물류가 국민과 가까워지는 사업도 현재 안산선 산본역에서 운영 중이다. 이용수요 등 우선 필요 개소를 검토해 철도역을 시민이 내 집보다 안전하게 짐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철도역을 택배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코레일은 이색적인 사업을 공모했고 그 결과 태화강역에 택배 터미널을 조성하고 있다.

태화강역은 울산시 동·서·남부권 중심에 있으며 사통팔달 도로가 발달돼 있어, 역 인근 주거·상업지역과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러한 장점을 포착해 '생활물류 스테이션 1호점' 공모를 진행했고, 준비를 마치는 오는 9월경 운영을 개시한다.

해외직구, 역직구, 신선물류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택배 사업을 태화강역이 품게 된 것이다. 현재 인천역을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물류 시설로 공모하는 등 대상 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코레일형 항만 출발(Full-Mile) 서비스도 도입한다. 지금까지 철도는 물류기업이 기차역에 화물을 가지고 오면 역과 역간 수송하는 게 전부였던 게 사실이다.

코레일은 그동안 역과 역 간 화물열차 운행에 제한된 사업영역을 항만 출발부터 도착지 공장 창고(라스트마일)까지 화물을 맡기기만 하면 알아서 배송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에 필요한 도로운송, 상하역 등은 관련 협력 물류기업들과 지난해 시범사업을 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모델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기획] 전환점 맞은 철도 물류…“대륙의 꿈을 안고 더 빠르게”

◇대륙철도 꿈 이루는 대한민국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게 오랫동안 꿈 같은 일이었던 대륙철도 사업 가능성을 찾았다.

코레일은 지난해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의 해송과 철송을 결합한 국제복합운송 정부 협정에 가입했고, 대한민국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올해 상반기 중 한국,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까지 약 7000㎞에 달하는 거리를 운행하는 화물열차가 오봉역에서 출발해 부산항을 통해 나간다.

이를 위해 각국 철도공사 협력을 이끌어냈고, 코레일이 주도해 국내 대표 6개 대륙철도 물류기업과 공동 추진 중이다.

코레일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국제복합운송 포워딩 사업 전 과정의 사업역량을 확보하고 실제적인 대륙철도 횡단철도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홍해 사태 등 불안정한 동유럽 해운정세에서 안전한 육로를 선호하는 대륙철도 공조체계와 그 성과가 더욱 확대되는 구조는 매우 환영할 만한 사업이라 기대가 크다.

◇2024년 철도 물류 활성화 전환기

대한민국 철도수송 분담률은 톤 거리 기준으로 3.8% 수준으로 이웃 나라 중국 14.9%, 철도 선진국 프랑스 14.2%와 비교해 매우 낮다.

환경 관련 규제로 자동차 통행을 규제하는 스위스의 경우 무려 철도수송 분담률이 33.4%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철도 화물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선로 거리를 600㎞ 이상으로 여긴다. 대한민국은 400㎞ 남짓한 정도로 철도가 성장하는 데 상당히 제한적인 여건이다.

하지만 철도 대표기관 코레일은 정부 및 관련 물류기업 등과 지혜를 모아 철도 물류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퍼즐의 조각을 맞춰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코레일 물류사업에 대한 기대가 큰 한 해다. 코레일은 국가의 대표 사회간접자본(SOC)인 철도 활용도를 높여 국민 편익과 국가 물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