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했다. 서울지역 의대는 단 한 명도 증원하지 않은 반면, 지역 의대 가운데는 151명을 증원한 곳도 있다. 의료계 강경 대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원 확정 대학들은 저마다 표정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발표된 정부 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분배로, 비수도권 의대에 정원 82%를 우선 배정했다. 충북대(151명), 경상국립대(124명), 경북대(90명), 충남대(90명) 등은 큰 폭의 증원이 이뤄져 단번에 서울 주요 의대 정원을 훌쩍 넘겼다.
지자체가 대학 별 증원 결과에 환영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각 대학의 속내는 복잡하다. 증원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재 정부와 의료계 대치를 의식한 듯 증원에 관한 평가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가장 많은 인원 증원(49명→200명)이 이뤄진 충북대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구분해 의료 인재 양성에 차질 없이 준비한다는 설명이다. 충북대 관계자는 “의대 리모델링 비용 110억원을 강의실 확대에 쓰고, 대학 신축 건물은 내년 의대 신입생이 활용할 계획”이라며 “교육부가 대학 교원 확보를 지원한다고 한 만큼 교원도 학생 수에 맞춰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60명이 받아들여진 제주대도 마찬가지다. 제주대는 “의대 정원 60명이 받아들여진 것은 바람직하지만 산적한 갈등과 문제로 걱정이 앞선다”면서 “교육에 차질 없도록 시설 설비 구축 등 의대 구성원의 아쉬움과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행·재정적 지원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 증원이 지역 의료 인령 양성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동아대 관계자는 “1000개 병상과 2개 권역센터 운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46명 전원으로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의대 증원으로) 의사 인력 운영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우수 의료 인력 양성과 최고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전북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개선이 신속하게 진행돼 시설 확충과 교수 증원,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획기적 지원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의대 증원이 이뤄진 곳은 가천대다. 가천대 관계자는 “가천대의 현재 시설이나 인프라를 봤을 때 의대 증원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봤다”면서 “의대 증원을 계기로 책임감을 갖고 시설이나 교원 확충 등 보완을 통해 의료 여건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의대 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서울지역 대학은 대외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의대 증원으로 '초미니 의대'가 된 이화여대는 당초 제출한 인원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별다른 의견이 없다는 것이 이화여대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학 내부에서는 이번 증원과 관련해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의대가 증원을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서울지역 의대가 울며겨자먹기로 증원 인원을 제출했는데 완전히 대학을 바보로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지역 의료환경 개선을 명분 삼았지만 성균관대와 울산은 의대만 수원과 울산에 있을 뿐 수련은 서울에서 한다”면서 “이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