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조금 더’ 알게 된 서리라는 가수

사진=레이블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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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음악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였다.

홍보를 위해 조금은 과장하기 마련인 보도자료이기에 당시 서리의 보도자료 역시 이런저런 살이 덧붙어있었지만 데뷔 직후부터 여러 해외 차트에 이름을 올린 이유가 궁금해 몇몇 음악을 들어보았고, ‘꽤 흥미로운 가수’ 정도로 서리라는 이름을 기억 한편에 고이 모셔두고 지냈다.



그러던 와중,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이름을 못이 박히도록 듣는 상황을 마주하고 말았다.

2021년 5월 K팝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0X1=LOVESONG’ 피처링에 떡하니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 참여, 11월 캘리포니아 HITC 페스티벌 참여 등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굵직한 프로젝트에 줄줄이 서리의 이름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당시 데스킹을 담당하던 상사까지 서리에 꽂혀있어 ‘요즘 가장 핫한 가수가 서리인 걸 모르느냐? 서리에 관해 뭔가 써봐라’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좋든 싫든 서리에 푹 빠져 지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머릿속에는 ‘서리는 월드 스타, 글로벌 스타, 세계적인 대스타’라는 혼자만의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었고, 서리와 인터뷰가 확정됐을 땐 월드 스타를 영접한다는 마음에 공연한 긴장과 걱정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긴장과 걱정은 대면과 동시에 90도를 넘어 거의 70도 수준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신중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한 마디를 깊이 생각하며 말하는 서리의 모습을 보자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대신 드는 생각이 바로 ‘서리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게 많다’였다.

물론 용한 관상가나 무당도 아니고,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에 ‘서리의 모든 것을 알았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 인터뷰는 지금까지 몰랐던 서리라는 가수에 대해 ‘조금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레이블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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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피셜 ‘밝고 긍정적인 성격’

서리의 음악은 ‘딥한 분위기’, ‘짙은 감성’이라고 표현할 만한 곡이 많은 게 사실이다. 또한 21일 발매된 새 EP ‘Fake Happy’(페이크 해피) 역시 ‘Kill The Day’(킬 더 데이), ‘Fake Happy’, ‘Broken’(브로큰) 등 제목부터 무겁고 우울한 감정이 느껴지는 트랙들이 수록됐다.

이에 서리와 만나 가장 먼저 물어봤던 질문은 ‘원래 성격은 어떤가?’였고, 서리의 대답은 “긍정적이다”였다.

서리는 “평소 성격은 밝고 긍정적인 편인데, 그러다가 한번 딥하게 어떤 감정에 빠져버리면 이런 음악들이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행복하다”라며 웃었다.

지금은 웃으며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그사이 고민의 시간은 있었다. 한참 바쁘게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긴 공백기를 가졌고, 그사이 새로운 회사로 소속을 옮기는 등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리는 “(공백기는)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사운드 트랙이나 참여 음반을 할 수 있었고, 작년은 그렇게 보냈다. 작년 중후반쯤에 지금의 회사를 만나서 음악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내 음악을 좋아해 주고 다양하게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옮기게 됐다”라고 그간의 과정을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해에 혼자서 곡작업을 많이 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만든 곡 중에 살릴 수 있는 건 살리고,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Fake Happy’는 지금까지 발표했던 서리의 음악과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음악이다. 일단 특유의 감수성은 여전하지만, 장르적으로는 얼터너티브 록음악에 가깝다.

이에 대해 서리는 “장르적으로 선회를 했다기보다, 내가 원래 록 장르도 좋아했다.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나 콜드플레이(Coldplay) 등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록 아티스트도 좋아하고 음악도 많이 듣는다. 마음속에 늘 록 스피릿이 있었는데, 그게 이제 표출됐다”라며 웃었다.

이어 서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트로이 시반(Troye Sivan), 라우브(Lauv) 등 신스팝에 빠지면서 그런 음악을 만들다가, 그 두 가지를 나만의 방식으로 합친 결과물이 ‘Fake Happy’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Fake Happy’의 동명 타이틀곡인 ‘Fake Happy’는 서리가 직접 인정한 ‘스스로 가장 솔직한 가사가 담긴 곡’이다.

서리는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문득 회의감이 밀려올 때가 있지 않나? 소위 말하는 ‘현타’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서 얻는게 진짜 행복이 맞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는 곡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옛날 일기를 읽어보는데, 그때의 나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정말로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이번이 가장 솔직하게 쓴 것 같다. 필터없이 내면 속 깊은 곳 감정을 꺼낸 앨범이고 곡이다”라고 ‘Fake Happy’에 담긴 오묘한 감정을 설명했다.

사진=레이블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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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순수 한국 출신

서리를 ‘월드 스타’로 인식하게 된 이유 중에는 그의 곡 가사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는 것도 한 몫을 했다.

이에 해외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자 서리는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리는 “한국에서만 29년을 살았다. 어릴 때 팝송을 많이 따라불렀는데, 그때 많이 연구를 했다. 그런 게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됐다”라며 고백했다.

심지어 서리가 직접 미국에서 무대에 오른 것도 HITC 페스티벌 한 번뿐이다.

서리는 “미국에서 실제 무대에 오른 건 HTIC 페스티벌 그 한 번이었다. 그래도 그 무대에 선 것만으로 고무적이었다.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면 어떨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현장에 생각보다 많이 와주고 호응도 해주셔서 굉장히 감동적이었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혹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팬들이 알아보지는 않았냐고 묻자, 서리는 또 하나의 의외의 사실을 털어놓았다.

서리는 “사실 TXT와 내가 함께 공연한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할 거다. 그래도 ‘0X1=LOVESONG’을 통해 내 이름을 알게 됐다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곡도 너무 좋았고,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당연히 더 많은 해외 활동을 하고 TXT와도 같이 무대에 섰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필자에겐 꽤 의외의 사실이긴 했으나, 이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의미로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순수하게 목소리와 음악으로 서리라는 이름을 이만큼 알렸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무튼 필자의 착각을 불러 일으킨 영어 가사와 관련해, 서리는 앞으로 한글 가사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더 많이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서리는 “한글로 작사하는 것도 많이 좋아한다. 이번 앨범이 유난히 영어 비율이 많다. 앨범의결이랑 비율이 어떻게 둘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음악적 분위기나 그런 것이 영어에 어울렸다. (영어로 표현하는 편이) 조금 더 공감을 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내는 곡은 한국어 위주 앨범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레이블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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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이, 더 자주 팬들과 만나고 싶다.

서리라는 가수가 그 이름에 비해 어딘가 베일에 싸인 느낌이 있는 이유는 직접 팬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탓도 있다.

서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데뷔를 해서, 팬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팬과 만나는 자리가 딱 두 번 있었는데, 코로나 시기라서 50명씩 2회, 딱 100명까지만 제한적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그 외에는 LCDC에서 버스킹을 한 것 외엔 국내 팬들과 만나는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버스킹을 할 때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와 줘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좀처럼 국내팬과 만날 기회가 없었던 서리이기에, 이번 활동부터는 더 많이, 더 자주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서리는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안 정해졌는데, 어떤 형태로든 팬과 만나고 싶다. 내 욕심과 바람으로는 방송이라든가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콘서트 개최의 계획이 있는 지를 묻자 서리는 “솔직히 아직 팬이 얼마나 올지 가늠이 잘 안 된다. 공연장의 규모부터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희망사항으로는 가급적 큰 공연장을 채우고 싶은게 당연했지만 말이다

서리는 “가수를 시작했으니까 큰 성공을 거두고 싶긴 하다. 나중에라도 돔 공연은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공의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원래 포부가 큰 성격은 아닌데, 기왕 가수를 시작한 김에 끝까지 가보는 게 목표다. 그래서 정말 영향력 있는 가수가 돼서 같이 일하는 분도 잘 됐으면 좋겠고 다 같이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 한계를 정하지 않고 다양한 범위로 활동하며 나아가보자고 포부를 잡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구체적인 목표가 따로 있는지를 묻자 그는 “빌보드 핫100 1위 하고 싶고, 국내에서도 많은 분이 알아봐 주면 좋겠고, 해외에서도 돔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는 게 목표다. 또 컬래버레이션하고 싶은 아티스트들과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그런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라고 줄줄이 털어놓았다.

말이 나온 김에 지금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아티스트와 가장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냐고 묻자 서리는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를 꼽았다.

사실 이는 굉장히 의외의 답변이긴 했다. 앞서 언급했던 ‘굉장히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해리 스타일스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심지어 인터뷰에 동석한 서리 측 직원마저 ‘그런 이야기기 한 적 없잖아?’라며 깜짝 놀기까지 했다.

이에 서리는 “아니다. 해리 스타일스 정말 좋아한다. 작년, 재작년부터 많이 듣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지금’이라고 하니까 지금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을 남겼다.

해리 스타일스든 아니든, 결국 서리의 목적은 ‘팬’이다. 그만큼 더 많은 팬을 만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서리는 “너무 오래 공백이라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나온 앨범을 환영해 줘서 너무 감사하다. 많이 들어주고, 나도 다양하게 활동해서 직접 만나서 소통도 하고 열심히 활동하겠다”라고 더 많이 더 자주 팬과 만나는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레이블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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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