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손보사 배타적 사용권 신청·승인 현황
보험업계 특허로 여겨지는 배타적사용권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인정 기한이 짧은 데다가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우후죽순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 시장의 관행이 지속되면서 보험사의 상품개발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타적사용권은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게 부여하는 한시적 독점판매 권한이다. 협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상품 개발의 독창성, 진보성, 유용성, 노력 정도를 판단해 3개월~1년의 독점판매 기간을 부여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금융당국은 생명·손해보험협회 등과 함께 장기 요양실손보험 표준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금융위원회는 공청회를 통해 보험사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요양실손보험은 DB손해보험이 지난해 말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아 단독으로 판매해 온 상품이다. 요양원에서 쓴 비용을 보장해 주는 유례없던 상품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일 요양실손에 사용권이 만료되자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손보사는 물론 생보사까지 뛰어드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2020년에는 라이나생명의 표정항암약물허가치료비 특약에 배타적사용권이 만료되자 KB손해보험이 같은 담보를 신설하기도 했다.
업계는 독점판매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카피해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는 행태가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현행 배타적사용권의 기한이 매우 짧아 선점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경쟁상품이 등장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19년 1월 이후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손해보험 상품 중 9개월 이상의 독점 판매 권한이 부여된 상품은 한건도 없다. 3~6개월만 기다리면 똑같은 상품을 기존보다 저렴한 보험료나 더 높은 보장금액으로 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좋은 상품이 독점으로 판매되다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기한을 두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배타적사용권은 너무 짧다”며 “시장 파악과 분석을 마치면 카피 상품이 나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배타적사용권을 받아도 어차피 3~6개월 뒤면 카피 상품이 나오니 신상품 개발에 대한 의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속되다 보니 금융당국도 공청회를 통해 어떻게 카피할지를 정리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타적 사용권에 대한 보험사의 관심도 사그라드는 추세다.
지난해 손보사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과 승인 건수는 각각 19건, 13건으로 지난 2021년(29건, 18건)과 2022년(22건, 14건)에 이어 하락세다. 생보사 배타적사용권 부여 상품도 지난해 7건으로 2021년(9건)과 2022년(9건) 대비 축소됐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