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펀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재정을 투입한 정책목적의 대형 펀드 결성이 줄이으면서 모펀드 운용보수 확보가 자산운용업계에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은 정부가 출자하는 2차 혁신성장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 입찰에 재차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1차 재정모펀드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두 회사가 다시 운용 자격을 따기 위해 나섰다. 1차 모펀드 위탁운용을 맡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신한자산운용도 참여했다.
흔히 재간접펀드로 불리는 모펀드는 직접 개별 프로젝트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집행할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에 출자하는 업무를 맡는다. 출자 과정에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우수한 투자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그간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는 민간이 운용하는 모펀드는 많지 않았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용하는 성장금융 등 공적 목적을 위해 설립된 회사가 주로 운용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규모 있는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모펀드 운용을 민간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최근 결성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모펀드 위탁업무를 맡기 위해 분주하다. 통상 펀드 운용자산의 0.3~0.35% 수준의 운용보수를 지급하는 만큼 펀드사무를 주 업무로 삼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큰 부담 없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모펀드 위탁을 맡을 경우 얻는 부수 이익도 있다. 2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혁신산업펀드의 경우 모펀드 운용사가 선정한 자펀드에 산업은행과 성장사다리펀드가 매칭 출자를 수행한다. 비상장 투자 시장서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가 어느 방향을 취하는지 사전에 살필 수 있는 셈이다. 추후 연계 투자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산업은행 뿐만 아니다. 여타 부처와 공공기관도 속속 모펀드 운용사를 민간에서 찾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간기업이 2000억원을 출자해 대형 콘텐츠에 집중 투자하는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도 모펀드 방식으로 운용된다. 지원자격도 운용자산(AUM) 규모가 5조원 이상인 자산운용사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K-미디어 전략펀드에도 국내 대형 운용사의 위탁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나 공공기관이 각 부처의 재정과 재원을 별도의 모펀드로 조성해 관리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공모펀드 운용 과정에서도 재간접펀드 운용 경험이 다수 있는 만큼 앞으로 모펀드 자산 규모 상승에 따라 운용업계에서도 모펀드 운용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