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규제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사전 발굴해 혁신하는 방향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개별기업 건의를 수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상공인,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이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규제를 적극 발굴해 정책 만족도 향상에 나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최근 소상공인·중소기업 생애주기에 따른 규제현황 분석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제조 중소기업과 외식업 소상공인 사례를 가정하고 각각 창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성장하거나 창업에서 폐업까지 이뤄지는 과정에서 매출액·상시근로자 수에 따라 부과되는 규제 현황, 4대 사회보험료·법정 의무교육비용과 같은 비용부담 등을 분석한다.
소상공인 식품 제조·가공 시설·위생 기준에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있진 않은지, 중소기업이 수도권 공장설립·연구개발(R&D)·인력 채용 등과 관련해 과도한 부담은 없는지 등 조사도 함께 실시한다. 분석을 거쳐 제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최우선 규제 개선과제 각각 10개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중기부가 생애주기 규제현황 분석에 나선 것은 현행 법령 위주 규제개선 방식의 현장 체감도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기부는 정부의 기업규제 혁파 의지에 따라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중심으로 현장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기 옴부즈만 현장소통 행보는 67회, 규제발굴·접수는 3633건에 달한다.
그러나 2022년 한국경제인협회(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규제개혁 체감도는 92.6점으로 대기업 99.2점보다 6.6점 낮았다. 같은 해 중기 옴부즈만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규제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5.7점에 불과했다.
효과적인 규제개선을 위해서는 기업 관점에서 성장주기에 따른 규제 현황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중기부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업종별 전주기 규제관리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추진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창업에서 폐업까지 현장에서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사전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연말쯤 나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애주기별 규제 대응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올해 초 창업벤처혁신실 산하 창업벤처규제혁신단을 신설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규제혁신단은 신산업 분야 벤처·스타트업의 갈등조정과 규제 전주기 관리 등 크게 두 가지를 중점 업무로 삼았다. 플랫폼·인공지능(AI) 등 기존 법체계에선 검토되지 않은 산업이 등장하면서 직역 갈등, 규제 저촉 등으로 사업확장이 가로막히는 사례를 막고, 규제현황 도식화(규제 트리)로 지속성장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또 따른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자에게 사업화와 네트워킹 외에 규제관리를 지원하는 역할은 그동안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규제 자가진단과 개선 지원으로 중기부가 창업자에게 아군이라는 인식을 심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