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교수는 늘 이런 말을 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 예측을 해야 한다면, 인구통계의 변화야 말로 가장 정확한 예측 도구다”라고 조언했다.
OECD 전망에 의하면 우리나라 생산가능 인구는 지난해 3628만명, 2050년도에는 2418만명, 2065년에는 1874만명으로 반토막이 된다. 안타까운 점은 25년 후에도 필자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상당수가 아직 건강하기 때문에, 작년 900만명 이었던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2050년에는 1891만명이 돼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가능 인구는 절반으로 줄고 고령인구는 두 배로 늘어나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과연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의료 및 사회 복지, 연금 제도가 지속가능한 것일까? 혁신적 도전과 창조적 파괴가 줄어들게 된다면, 기술 제품의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와 사회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막대한 자금을 들여 출산 장려에 힘을 쏟던 정부도 이제 냉혹한 현실과 미래를 직시하며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이민제도나 젊은 해외인재들의 영입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고 무엇보다도 노동소득의 상당부분을 자본소득으로 바꾸기 위한 경제 시스템과 제도 마련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노력만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따른 생산력 및 산업혁신 저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1953년 67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지난해 4405만달러가 된 것은 인구 증가와 함께 제조업 중심의 기술 혁신과 생산 자동화 기반의 산업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육 노동을 기계로 자동화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 같은 성과다. 그런데 이제 국가 성장률은 2%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이는 더 이상 이 방식으로 큰 성장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2050년에 현재의 경제 및 복지 규모를 유지하려면 300%이상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고, 매년 4.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올해 예상 성장률을 두 배 이상 끌어 올려야만 한다. 이런 성장이 무엇으로 가능할까? 나는 인공지능(AI)과의 협업을 통한 지적 노동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도전과제이자 위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실제 생성형 AI를 필두로 지적노동의 자동화 물결이 전세계를 빠르게 강타하고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소프트웨어(SW) 부문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과 직업군이 됐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AI발 해고 폭풍이 불고 있는데, 지난 1년간 정보기술 기업에서만 21만명이 해고됐다고 한다. 최근의 번역 업계가 그러하듯 앞으로는 SW 개발자도 양극화될 것이 명확하다. 알고리즘과 시스템 SW 중심의 소수 핵심 개발인력의 몸값은 더욱 높아지겠지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웹이나 앱 개발자들에게는 큰 도전과 시련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코딩 교육은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오히려 복잡한 문제와 상황을 인지하고 AI가 코딩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서비스를 기획, 디자인하고 이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교육과 인재 양성을 해 본 경험이 없기에 관련 연구와 실행을 빠르게 진행하며 개선해 가야만 한다. 특히 청년 실업 해소를 명분으로 단기 코딩 교육에 집중해온 그간의 정책들도 빠르게 재정비해야 한다. 무섭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와 기업의 눈 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대학과 민간 교육 과정 전체를 재구성해야 하고, 이것이 우리가 미래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이미 시작됐고 그 방향은 되돌릴 수 없다.
이경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인력양성 및 일자리창출 위원회 위원장·솔트룩스 대표 tony.lee@saltlu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