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의 몰락을 막기 위해 무전공 체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부의 무전공 확대로 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과 대치되는 주장으로 눈길을 끈다.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제1차 심층토론회 기조발제를 맡은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기초학문이 지금처럼 방치되고 변질되면 안 된다”며 “학사조직 재구조화뿐 아니라, 교육과정을 바꿔 학부대학 형태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급변하고 있는 사회에서 전공이 세분된 지금의 '전공분립교육'은 창의 융합 교육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공중심 교육이 되면서 기초학문이 소멸하고 기초학문 분야에서 학문 후속세대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모델은 학부대학 형태의 '자유학예대학'이다. 미국의 리버럴 아트 컬리지(Liberal Arts College)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4년간 교양교육만 운영하는 대학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확대와 맥락을 같이한다. 학생이 전공 구분 없이 대학에서 자유롭게 교양수업을 들은 뒤 전공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이야기다.
손 교수는 “가치관 정립과 시대적 요구인 창의성 함양 등을 위해 교양교육은 꼭 필요하다”며 “교양교육은 균형 잡힌 기초학문 교육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교양교육이 수반되는 기초학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교양교육 확충을 통한 교양교육 수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며 “초·중등 교육 전반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며 대학 교육 확충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 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확대는 인문대 교수가 제일 반대하는 상황인데 학부대학이 운영되면 문학·사학·철학과 같은 기초학문은 고사할 것”이라며 “학부대학이 입학시점에는 전공의 장벽이 없지만 2학년 전공선택 시 경영학, 경제학, 컴퓨터공학에 쏠리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손 교수는 “최소한 입학할 때만이라도 학과 구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교육부 의도”라며 “아예 처음부터 전공을 정하는 것보다 1학년 때문이라도 열어놓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