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배달중개 플랫폼 '쿠팡이츠'가 점유율 확대를 위한 초강수를 뒀다. 무제한 무료 배달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은 '배달비 0원'으로 쿠팡이츠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그간 배달비는 프로모션 경쟁, 라이더 부족, 유가 인상 등으로 인해 꾸준히 인상돼 왔다. 쿠팡이츠는 음식 배달비 상승이 플랫폼 이용자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무료 배달을 통해 생태계 확장 및 점유율 확대 등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서는 업계 부동의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배민)까지 쿠팡이츠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민 위주의 배달 생태계가 변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쿠팡이츠의 승부수
쿠팡이츠는 26일부터 세이브 배달과 한집배달로 나뉘던 체계를 무료 배달과 한집배달로 개편했다. 기존 묶음 형태로 진행했던 배달을 모두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묶음 배달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쿠팡이 부담한다.
쿠팡이츠의 배달 혁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팡이츠는 주문 충성 고객이 늘어나자 지난해 1월 '쿠팡이츠 플러스'를 도입해 충성 라이더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이츠플러스는 제3자물류(3PL) 방식의 서비스다. 5명 이상의 배달 라이더가 모이면 쿠팡이츠가 배달 주문을 전달하는 구조다. 안정적 라이더 수급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배달비 효율화를 꾀했다. 묶음 배달인 '세이브 배달'을 시작한 것이다. 인접 주문 매칭 프로세스를 통해 묶음 배달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음식이 식을 수 있다는 우려를 없앴다. 쿠팡이츠에 따르면 세이브 배달과 단건 배달의 시간차는 5~10분가량밖에 나지 않는다. 대신 500~1000원가량의 배달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과감한 시도가 있었다. 시장 진입 초기에는 모객을 위해 '첫 주문 2만원 할인'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2019년 5월에는 배달 품질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단건배달' 체계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지난해 4월에는 유입된 고객 앱 이용 활성화 및 신규 이용자 유입을 위해 '와우회원 10% 할인' 정책을 펼쳤다.
업계에서는 무료 배달로 배달 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 중개업이었던 배달 플랫폼사가 고객 만족도에 본격적으로 신경 쓰는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비싼 배달비 때문에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어도 한 집에서 주문했던 고객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취향에 맞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대형 배달 플랫폼의 투자가 이용자 후생을 제고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높은 배달비로 배달 플랫폼을 이탈했던 고객이 돌아올 요인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플랫폼 간 고객 혜택 강화라는 선의의 경쟁 또한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이 축소됐다”며 “시장의 전반적인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당장의 수익보다 재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배민 아성 무너뜨릴까
업계는 60% 이상을 차지하는 배민의 시장점유율(MS)을 쿠팡이츠가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이미 요기요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MAU는 지난해 2월 349만명에서 7월 415만명으로 뛰었으며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12월에는 560만명까지 대폭 증가했다. 올해 2월에는 574만명으로 집계돼, 요기요의 603만명과 불과 29만명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배민과의 격차는 수치상 아직도 크다. 배민의 MAU는 2월 2194만명에 달했다. 오랜 기간 점유율은 60% 이상을 차지해왔다.
그럼에도 업계는 쿠팡이츠가 무료배달로 배민을 견제하고 점유율 일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네이트Q가 지난해 성인남녀 1만11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적정 배달비를 '0원'으로 꼽은 응답자는 38%(4241명)로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배민에서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츠의 경우 와우 멤버십 가입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반면, 배민은 멤버십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쿠팡의 충분한 자금력 또한 규모의 경제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 같은 경쟁은 이용자와 배달 라이더에겐 호재다. 단기적으로 소비자는 배달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배달 건수 증가로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콜 수가 높아질 수 있다.
독점 사업자가 이끌어왔던 배달 생태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독과점으로 발생했던 산업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격 결정권 박탈, 과도한 수수료 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현상 등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배민의 경우, 광고체계나 서비스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식당점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며 “최근에는 앱 내 가게 노출 극대화를 위해 배민1플러스 가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자영업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또한 이 부분에 있어서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쿠팡이츠가 독점 사업자의 지위를 획득한 후 수수료 인상, 음식값 상승 등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승훈 가천대 교수는 “배달의민족 독주로 독점의 고착화가 진행되던 음식배달중개 시장에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선언은 다시 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플랫폼 참여자에게는 긍적적 소식이지만 경쟁 도전을 다시 받아야 하는 배민과 가운데 끼어 버린 요기요는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쿠팡이츠, 자본력 앞세워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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