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D램, 낸드플래시 반도체, 초박형 TV, 조선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이 2022년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6개 분야 중 하나였다.
중국이 액정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디스플레이 세계 1위 타이틀을 넘겨줬다. 하지만 기술력으로는 여전히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OLED 디스플레이 덕분이다.
OLED는 스마트폰, TV 시장 이외에도 자동차, 확장현실(XR) 등 신시장을 만들며 디스플레이 산업 재도약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액정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시절에 OLED와 같은 미래 디스플레이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현재 관련 산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과거 액정 디스플레이를 이을 미래 디스플레이로서 OLED 디스플레이와 함께 플라즈마, 전계방출, 무기 전계발광(EL) 디스플레이 등이 연구된 바 있다.
이 중 OLED 디스플레이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기술로 여겨졌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산·학·연 연구자들은 OLED 연구를 지속했다. 오늘날 OLED 디스플레이가 존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렇게 중요한 OLED 기술이 대덕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탄생한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30여 년 전 필자가 소속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 연구팀에서 당시로는 생소했던 유기반도체를 이용한 발광다이오드 연구에 도전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희미했겠지만 그 소중한 불빛을 얻어 내는 데 성공했다.
선배 연구진의 값진 땀의 대가였다. 국제학술대회에 보고됐고 산학연 연구자들을 OLED 연구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치열한 글로벌 기술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 분야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기술을 발굴해 1위의 자리로 오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OLED 디스플레이 이후 미래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연구환경은 30여 년 전에 비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대학 기초원천 연구역량은 높아졌고 기업은 개발연구뿐만 아니라 응용연구까지 그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출연연 역할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대학이 하기에는 집적도와 융복합도가 높고, 기업이 하기에는 위험도가 높은 원천기술 개발을 담당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분야라면 대학보다는 기술 성숙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기술이나 신개념 디스플레이 소자를 넘는 디스플레이 패널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ETRI를 비롯한 7개 출연연은 힘을 모아 2022년 10월 디스플레이 출연연 협의체를 발족했다.
지금까지 출연연은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을 각자 개발하고 있었다. 연구소 간 벽을 허문다면 더욱 효율적으로 국가와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출연연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출연연 협의체는 두 차례 출연연 디스플레이 미래기술 포럼을 통해 보유한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을 서로 공유했다.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를 위한 출연연의 임무 정의도 했다.
특히, 올해 포럼에서는 그 동안 디스플레이 출연연 협의체에서 도출한 출연연 미래 디스플레이 연구주제와 전략을 발표하고, 디스플레이 산·학·연 전문가의 고민과 발전적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세계 1위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세계 1위의 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OLED가 디스플레이 주류로 자리잡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을 미리 준비하는 산·학·연 기술혁신 주체들의 분발도 요구된다.
출연연은 고유 임무를 정의하고 산업체 및 대학과 개방적 협력을 통해 초격차를 넘어 대체불가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에 힘써야 한다. 디스플레이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출연연의 도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기대해 본다.
이정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실감메타버스연구소장 jiklee@etri.re.kr